의료는 가치재다… 공공의료 확충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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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가치재다… 공공의료 확충 절실
  • 한북신문
  • 승인 2021.10.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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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봉  신한대 행정학과 교수·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최근 들어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겁다. 코로나19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누구는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서 잘 했느니 누구는 공공의료기관을 폐쇄해서 잘못 했느니 논의가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얼마 전 성남시의료원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50대 여성환자가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하여 다시 몸속으로 넣는 에크모(ECMO)’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는 언론 보도가 알려지면서, 성남시장 시절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러한 논쟁이 있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의료의 본질에 대해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의료는 교육, 보건과 함께 대표적인 가치재(merit goods)이다. 즉 ‘인간이 인간다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꼭 제공되어야 하는 재화 또는 서비스’이다. 그렇기에 수익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민간부문에만 전적으로 맡겨 둘 수 없는 것이 또한 사실이고 그래서 공공부문이 함께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확인된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열악한 실상은 온 국민이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가지게 만들었고, 보건의료시스템의 붕괴 가능성까지도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게 했다. 다행히 합의는 이루었지만 보건의료파업을 선언하면서 노조가 가장 절박하게 요구한 것도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었다. 합의문에도 코로나19 대응인력 투입 기준 마련, 간호사 처우 개선, 공공병원 확충, 야간간호료 지원 확대 등에 대한 합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치재인 공공의료의 실상을 우리는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수도권 보다는 비수도권에서, 경기남부보다는 경기북부에서 공공의료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게 되었고, 턱없이 부족한 보건의료 인력을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무한한 희생만으로 메워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정부는 전국 70여 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 의료기관 지정·운영과 함께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른 재원소요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공공병원 설립과 운영을 위한 재원확충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공공의료포럼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안정적인 공공의료 확충 및 지원을 위해 매년 1조 5000억 원의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고 한다.

현재 공공의료 예산이 1100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13배 이상 예산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필요한가? 건강보험공단 내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공의료 규모(2019년 기준)는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은 기관수 기준 5.5%, 병상수 기준 9.6%에 불과하다. 반면 OECD평균(2016년 기준) 공공병원은 기관수 기준 65.5%, 병상수 기준 89.7%로 우리나라가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10%도 안 되는 그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77.7%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급하다. 재원운영은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 재원 마련을 통해 공공의료가 가치재로서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의료기관 설립 시 예비타당성 조사(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인 경우)를 완화 또는 면제하도록 하여 설립에 있어서의 장애요인을 완화하고 건립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경제적 타당성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타당성이나 사회적 타당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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