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韓服)이 한족(漢族)의 옷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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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韓服)이 한족(漢族)의 옷이라고?
  • 한북신문
  • 승인 2021.07.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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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중국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기면서 표방한 그들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그들은 중국을 구성하는 56개 소수민족과 한족(漢族)을 포괄하는 소위 「중화(中華)민족」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개념을 설정하고 그 중화민족 안에 조선족을 하나의 인자로 포함시켰다. 즉 조선족은 중화민족이니 조선족의 문화는 모두가 중화문명의 한 부분이고 따라서 조선족의 문화인 김치도, 한글도, 그네뛰기도, 아리랑도 모두 중화문명의 일부분이라는 논리다.

또 하나는 영역이라는 개념이다. 예컨대 ‘2021년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안에서 이루어진 과거의 모든 역사는 중국 역사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영역 안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는 중국 문화이다’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 그들 중국의 영토 안에 위치하는 광개토태왕릉, 오녀산성, 요동성 등지의 역사, 문화는 모두 중국의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 민족 개념과 영역 개념은 처음에는 동북공정, 서남공정, 서북공정하면서 우리나라, 티베트, 위그르, 몽골족 등의 역사문화를 자기네 것으로 바꾸는 우기기 개념이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흐르고 조작된 자료가 축적되면서 적어도 중국인 자신들에게는 하나의 상식으로 고착되어 연변 조선족 시인 윤동주가 중국인이 되고 지안의 고구려 벽화가 중국 그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복(韓服)을 자신들 고유의 복장인 <한푸(漢服)>라고 우기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우리의 옷 한복이 세계적인 각광을 받으며 새로운 의상 트렌트로 등장하자 이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되 민족개념도 영역 개념도 아닌 본래부터 그 옷이 한족(漢族)의 옷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한복이 자신들의 옷 한푸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은 큰 맹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인들이 전 세계에 내놓고 자신들의 옷이라고 홍보해 왔던 「치파오」를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들에게 있다.

언젠가 대통령의 부인이 갑자기 조선 초 명나라에서 유래한 궁중 평상복 「당의(唐衣)」를 전통 예복이라며 공식 행사에 입고 나타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거기다가 우리의 전통 한복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는 정체불명의 의상을 입으면 궁궐 입장이 무료가 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 모두 그 옷을 입고 궁궐을 걷는 일이 유행하는 실정이다.

그들은 그 옷이 우리 전통 한복인 줄 알 것 아닌가? 나아가 개량 한복이라는 터무니없는 옷까지 등장했으니 그렇다면 우리 한복은 ‘개량이 필요한’ 전 문명적인 옷이라는 말인가?

더 안타까운 일은 이제는 우리가 한복을 입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혼례나 수연에 조차 한복을 빌려 입는 상황이고, 상복마저 소복이 아닌 정체불명의 검정색 옷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서양식 복장을 ‘정장’이라 부르고 호텔 식당에서 한복 입은 사람의 입장을 거절하는 우리가 한복을 우리 옷이라 말할 자격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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