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건 아닌겨
상태바
아닌 건 아닌겨
  • 한북신문
  • 승인 2021.07.22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용만 논설위원 / 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논설위원 조용만.
논설위원 조용만.

KBS 2TV의 주말 애로 코믹 드라마에서 충청도 종가집 종손이지만 이름뿐이고 명맥도 유지 못하는 가장 윤주상(이철수 역)의 의상과 연기는 1970년대를 연상케 하여 향수에 젖게 한다. 윤주상이 불법이 판치는 사회에서 양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내뱉는 대사 중에 “그건 아니라고 봐, 아닌 것은 아닌겨!”라는 말이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아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2018년 말 신재민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문재인 정부가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인사에 개입했고, 청와대가 불필요한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시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던 6급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뇌물수수,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인과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에 대한 민간인 사찰 등이 담긴 파일 목록을 공개하였고 환경부 산하 8개 공공기관 임원 24명의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폭로하였다.

신재민이 말했듯이 “자기들은 절대善, 공무원은 수단이란 정권에 화가 난다”는 불만이 중견 공무원에서부터 『아닌 건 아닌겨』라고 생각하고 내부고발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김병준 당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 양심선언”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이후 권력자들의 부동산 투기, 조국, 윤미향 등의 행태를 보면 계명구도(鷄鳴狗盜)에도 능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닌 건 아닌겨』의 분위기가 고위직에서 표출된 것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장하성 정책실장의 최저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2018년 11월 두 사람이 모두 낙마한 사건이다. 그리고 홍남기 부총리가 올 초에 여당에서 ‘나랏돈을 풀라’고 요구하는데도 ‘2월 추경은 너무 이르다’며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반대하는 모습에서 또 노출되었다.

또한 민주당에서 감사원장 임명 당시 ‘미담제조기’라고 칭송하던 최재형 원장이 2020년 10월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정에서 정식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이루어졌다고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을 발표하면서 또 한 번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법까지 통치’하려고 하는 현 정부 실세들의 상식과 양식의 심각한 결핍이 드러났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 정부의 불공정성과 부당성에 반기를 든 인사인 김동연, 최재형, 윤석열은 모두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문 대통령의 최고 치적(?)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살모네우스는 그리스 북동쪽 엘리스의 왕 아이톨로수가 전차로 사람을 치어 죽이는 사건으로 국외로 추방되자 이 기회를 이용하여 왕위를 찬탈하였다.

그런데 점점 자신의 권력에 중독되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망상을 하여 급기야는 제우스 신의 흉내를 내다가 번개와 불벼락을 맞고 죽었다. 그는 죽은 뒤에 지하세계에서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전차를 끄는 형벌을 받고 있다. 권력의 중독은 이처럼 파멸을 부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