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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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희망
  • 한북신문
  • 승인 2021.06.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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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서기 70년 로마의 장군 베시파니아누스와 그의 아들 티투스는 유대의 극단민족주의자 집단 카나임이 주도하는 반란을 진압하려 유대로 파견되었고 마침내 그들의 마지막 거점인 예루살렘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압도적인 병력의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함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그 이후에는 잔인한 파괴와 약탈이 잇따를 것이 분명해졌다.

그 당시 유대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랍비 벤자카이는 이 때 유대를 구해야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 시체로 위장하여 예루살렘을 빠져나가 적장 베스파니아누스를 직접 만나게 된다. 그리고 첫 대면 자리에서 벤자카이는 베스파니아누스를 “황제여!”라고 부른다. 베스파니아누스는 고명하다고 알려진 벤자카이가 느닷없이 자신을 황제라고 부르자 어리둥절하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강력한 군단을 지휘하고 있던 베스파니아누스도 비록 가능성은 작으나마 자신도 황제가 될 꿈을 가지고는 있었기에 자신을 만나러 온 적국의 정신적 지도자가 아마도 그런 자신을 향해 아첨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는 로마 원로원이 자신을 로마의 황제로 확정하였다는 통고를 받게 된다. 시리아 총독 무키아누스가 주도하여 그를 황제로 추대한 것이었다. 벤자카이의 신통한 능력에 놀란 베스파니아누스는 즉시 벤자카이를 다시 만났고 그 자리에서 벤자카이는 자신의 간절한 소원 하나를 들어달라고 요청한다. 비록 예루살렘을 비롯한 유대 전역은 로마의 파괴와 약탈을 면할 수 없겠으나 그 중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야네브 하나 만은 파괴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작은 도시 하나를 보존해 달라는 이 예언자의 부탁은 신임 황제에 의해 흔쾌히 수락되었고 그 덕분에 야네브는 파괴를 면하고 보존되었다.

왜 벤자카이는 하잘 데 없는 작은 마을 야네브를 보존하려 했을까? 그 곳에 랍비를 양성하는 대학이 있었고 로마의 강대한 칼로부터 유대민족을 구원할 유일한 무기가 바로 교육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0년을 나라 없는 백성이 되어 온갖 구박과 멸시, 천대를 받으며 유랑하던 유대인들이 생명처럼 악착같이 지킨 것은 교육을 통하여 유대의 정신적 가치를 보존하고 새로운 학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었다.

힘을 가진 압제자가 유대인들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겠으나 머리속에 든 지식과 지혜만은 빼앗아 갈 수 없고 그 지혜와 지식을 소유하는 일은 후대를 가르치는 교사에게 달렸다는 확실한 진리를 향한 결단과 노력이 오늘의 세계적인 강국 이스라엘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대학이 위기란다. 입학생이 줄고 재정이 모자라서 폐교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 대학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걱정도 들린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대학이 많으면 무엇이 문제일까? 술집이 많아서, 유흥업소가 많아서, 러브호텔이 많아서 걱정이라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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