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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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더니
  • 한북신문
  • 승인 2021.05.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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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지난달 4월27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왔다 갔다 하고 도보다리를 산책하는 등 세계인의 이목을 끌며 만났던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런데 3년 전 일이고 남북정상이 모두 현직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기념식은커녕 아무 언급도 없이 썰렁하게 지나갔다. 남북 동포들에게 꿈에도 잊지 못할 통일에 대한 희망을 주는 행사였는데 역시 희망 고문으로 끝난 것인가?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6월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직접 방문하여 김정일이 공항의 트랩 밑까지 나와 마중하며 조선인민군 의장대의 사열까지 받고 ‘남북이 전쟁을 포기하고 통일 문제를 대화로 해결 한다’는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그 이후 남북관계는 큰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의 화해 분위기를 이용하여 북한은 핵실험 및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등 비대칭 전력을 보강하고 제2연평해전을 일으켰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총 30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과 함께 판문점의 육로로 ‘금단의 선을 넘는다’며 노란색 군사분계선을 넘어 영부인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라는 「10·4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그동안 당해왔던 우리 민족의 그 많은 고통들을 이제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듬해에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2차 핵실험, 대청해전과 같은 도발로 이어졌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4월에는 판문점에서, 5월에는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그리고 9월에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까지 카퍼레이드를 벌리고 평양 대극장의 환영공연, 능라도 경기장에서 남측 대통령(?) 연설, 백두산 천지 산책 등 3차례 만났다.

그리고 평양을 다녀온 문 대통령은 보고회 형식을 갖춰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를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고 종전 선언의 가능성도 열어놓았으며 경제 분야 협력 강화, 이산가족 상봉, 국제경기 공동 출전 등을 합의했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를 무색하게 북한은 2019년 5월4일, 5월7일, 7월25일 등 KN-23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3차례나 쏘아댔는데도 우리 국방부는 ‘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합의의 취지 위반’이라는 모호한 말로 얼버무리고 애써 모른 체했다.

그러자 북한은 한술 더 떠 2020년 5월3일에는 고사포로 우리 GP에 사격하고, 6월16일에는 남한 돈으로 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다. 이것이 그 화려했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아무리 손짓을 해도 눈길 한번 안 주고 시진핑과 푸틴에게만 웃음을 보인다.

가을이 아직 멀었는데도 추풍에 뒹구는 낙엽이 보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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