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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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쟁
  • 한북신문
  • 승인 2021.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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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중국에서 우리의 고유 음식인 김치. 정통의상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국의 문화, 역사 관계자는 물론 관방(官方)과 언론이 합세하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중국 측의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여기지만 실상 이 논쟁의 단초는 우리가 먼저 제공한 측면이 있다. 2005년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UNESCO에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 이에 중국은 자신들의 고유명절인 「단오(端午)」를 한국이 도둑질해 갔다며 강력히 반발하였다.

본래 훼손되고 변형되어 가는 인류의 다양한 유·무형문화재를 보호 유지하기 위해 전 인류가 협력하자는 것이 UNESCO의 목적이었으나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의 보유 수량이 마치 한 나라의 역사, 문화 수준을 대외적으로 공인받는 척도처럼 여겨지며 자국 유산의 추가 등재를 위해 나라마다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단오(端午)」라는 자신들의 ‘고유 명절’을 우리가 등재한 것을 중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우리의 <문화침략>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의 실상(Fact)를 자세히 알면 이는 중국 측의 분명한 오해이다.

<중국의 단오>와 <우리의 단오>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절기이기 때문이다. 본래 중국의 단오(端午)는 억울하게 죽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억울하게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죽은 것을 추모하여 그에게 제사하고 「종쯔」라는 약밥을 먹는 절기이고, 우리의 단오는 굴원(屈原)과는 전혀 무관하게 파종(播種)을 완료한 후 여름을 맞아 「수리치떡」, 「느티떡」 등을 먹으며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는다.

더군다나 우리가 등재한 ‘문화재’는 「단오(端午)」라는 절기가 아니라 강릉지방에 전해지는 오래된 <민속놀이>이다. 강릉단오제에서 제사하는 「대관령 성황신」은 『고려사(高麗史)』와 남효온(南孝溫)의 『추강냉화(秋江冷話)』에 이미 나타나며,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에는 「강릉단오제」 그 자체가 기재되어 있고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인조 16년(1638) 5월 5일자>에는 “강릉단오제의 제삿술을 실족하여 엎어버린 수복(守僕-조선시대에 묘, 사당, 서원 등을 청소하는 일을 맡은 구실아치)을 처벌해 달라”고 청하는 예조의 글이 실려 있기도 하다.

중국인들이 김치를 “자신들의 고유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파오차이(匏菜)」가 우리의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일종의 <야채절임>이며 「한복(韓服)」이 ‘명나라의 복식’이었다는 근거로 제시하는 <비교 사진>은 명의 관복(官服)과 조선의 관복(冠服)으로, 조선은 정치 상황 상 명(明)의 관복을 일부 응용하였을 뿐인데 이로써 우리 옷 전체를 ‘중국의 복식’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중국이 여진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여진족의 복식 전체를 받아들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일까? 그런데도 격화되고 있는 ‘문화 논쟁’은 이미 전쟁 수준이다.

의미는 단순하다. 한국의 문화와 전통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데 대한 저들의 열등감이 초조함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현재 우리 옷 한복을 우리 옷답게 일상복으로 입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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