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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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 한북신문
  • 승인 2021.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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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코비드-19 팬데믹(Pandemic)이 시작된 이후 우리의 삶에 가져온 변화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깜짝 놀랄 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그 지역의 코로나 상황이 ‘안전안내’ 문자로 내 핸드폰에 전달되는 것이다. 어떻게 내가 방금 경기도를 벗어나 서울에 들어왔는지를 알고 문자를 보내는 것일까? 누군가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하지 않은가?

식당이나 커피숍에 들어갈 때 또는 모임을 할 때마다 참석자 정보를 남긴다. 그 데이터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떤 시장 후보는 자기를 지지해 달라고 매일 문자를 보낸다.

선진국일수록 데이터는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정치적, 국가적 자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첫째, 데이터의 남발과 허술한 관리는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요즘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서 개인정보가 수집·분석·처리되어 개인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마케팅이나 공공정책에 활용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들의 사세는 누가 많이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배력이 커지는 현상이다. 구글이 개발한 지도 맵인 스트리트 뷰(street view)도 2016년 개발 당시 보안조치 없이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수집했다는 혐의로 벌금이 부과되었고 오픈 소스 플랫폼인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밝혀지기도 했다. 아마존은 고객들의 물품구매 관련 정보를 자회사나 제휴회사와 공유하여 조사를 받았다.

둘째, 사이버 공격을 통한 데이터 안보위협도 심각하다. 소위 사이버 간첩은 특히 군사용으로 사용되지만 20세기 말부터 꾸준히 대중매체에 노정되어 왔는데 그 활동을 보면 공공기관이나 산업체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컴퓨터를 마비시키고 대량의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절도와 임의로 조작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정보통신, 우주항공, 과학연구, 컨설팅 분야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적재산과 중요 데이터를 절도한다. 비근한 예로 2020년도에 북한이 한국의 금융·인프라 등의 공공 분야에서 하루 평균 약 150만 건의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월1일 보도한 것을 보면 우리는 소리 없는 전쟁 속에 살고 있다.

셋째, 데이터 안보위협은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 통신장비 제품의 사이버보안 문제를 제기하여 수입통제를 하고, 민간 드론시장을 석권한 중국의 DJI(대강창신)사가 미국에서 수집한 항공정보를 본국에 보낸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CCTV업체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중국정부로 유출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으며 중국의 틱톡이 미국의 아동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에는 한 국가에서 만든 사이버 루머와 가짜뉴스의 유포가 타국의 선거과정에서 사용되어 여론을 왜곡하기도 하고 사회분열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소위 데이터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국가 간에 역사와 문화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데이터 안보는 개인정보와 시민주권 보호차원에서 개인은 개인대로 내 정보가 유출되거나 무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국정원, 안보사와 같은 정보기관은 데이터 감시·감청에 첨단장비와 전문인력을 투입하여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하는 대전환을 해야 한다.

또한 정찰위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 정보는 민·관·군·산·학이 협력하여 활용함으로써 국가안보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제는 하드파워 위주의 동맹이 아니라 사이버 동맹을 통한 지정학적 연대 외교도 새롭게 구성하여 디지털 전쟁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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