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의 문화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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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의 문화재들
  • 한북신문
  • 승인 2021.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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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근래 녹양동 ‘선돌’의 존재를 놓고 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발단은 한 시민단체가 전래되던 ‘녹양동 선돌’이 어느 사이인가 유실되었고 아울러 새로운 선돌이 그 지역 산 중턱에서 새로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하면서부터였다.

‘선돌’은 ‘인위적으로 세워져있는 (큰)돌’이라는 의미로 한자명으로는 입석(立石)이라고 한다. 고인돌과 함께 청동기 거석(巨石)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이는 전국 곳곳에 다량으로 분포되어 있다. 근래 들어 새로운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고 조사 연구되면서 정치권력의 발생시기가 신석기시대로 소급된다는 주장이 보이지만 아직은 이를 청동기시대로 인식하는 것이 정론이다. 청동기시대는 청동을 사용하는 부족이 아직 석기에 머무르는 부족을 계급의 하부구조로 강제 편입하고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만들어내는 시기인데 우리 역사는 이 시기를 대략 기원전 20C정도로 보고 있다.

권력자 한 사람의 죽음을 처리하기 위하여 수백 명이 동원되어 고인돌을 만들고 또는 특정한 이유로 역시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큰 돌을 특정 장소까지 이동하여 세워 고정시키는 작업, 그 작업이 가능한 상황이 바로 정치권력의 존재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선돌의 존재는 바로 그 지역에 이런 정치권력이 존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녹양동 선돌이 가지는 역사성은 퍽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고 이의 분실 여부, 새로운 선돌의 확인과 연구는 지역사회 연구에 큰 의미를 지닌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녹양동 선돌과 함께 민락동, 볕고개 등의 석기 유적들을 종합하여 의정부지역의 선사문화를 포괄적으로 이해, 정리하는 일과 함께 흔히 초기 백제유적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민락동 유적을 포천, 양주에 나타나는 말갈유적과 연계하여 함께 검토하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사안에 대한 진지하고도 지속적인 접근이다. 일회성 이슈로 던져지고 바로 망각되어서는 문제 제기의 의미가 전혀 없다. 녹양동 선돌의 그 후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또 궁금해져야 하는 이유이다. 해당기관인 시청 담당자와 대화를 해보니 현재 산 중턱의 선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의뢰가 진행 중이고 특히 해당 신체에 조성된 인위적인 구멍들이 ‘성혈(性穴)’인지의 여부를 주로 확인하고자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담당 주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무시되고 뭉글어진 채 아파트단지로 조성된 ‘의정부 민락동 구석기 유적’, 흔적도 없이 깎아져 TV 송전탑이 들어선 ‘천보산 고구려보루’ 안내판 하나도 없이 잊혀진 ‘백석천 전투현장’, ‘녹양목장’, ‘의정부촬영소’ 이제는 존재 자체도 무의미해진 ‘의정부 5일장’,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직동산장’, 그리고 강기동을 비롯하여 의정부 지역에서 진행된 ‘의병항쟁’의 여러 의병장들, 의정부를 개발하고 발전시킨 실향민들의 삶 등 이제는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할 우리 의정부 문화들이다.

그렇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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