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성을 지닌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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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성을 지닌 저널리즘
  • 한북신문
  • 승인 2021.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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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문화공간협동조합 이사장

 

요즘 기사는 읽을거리가 없다고 했던 어느 대기자의 자조 섞인 말을 떠올린다. 보도되는 기사들을 팩트 체크해야 하는 작금. 보도된 오보는 1~2시간 안에 재생산 및 확산되어 여론을 만들고 그 진위여부를 떠나 사회불안과 불신을 조장한다. 오보를 정정하더라도 한 번 생성된 여론은 변이를 거듭해 증식하고 피해자는 이미 낙인찍혀 여론재판으로 생사가 결정난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언론이 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언론인이라면 진실성을 갖고 본인의 기사에 책임을 져야한다. ‘팩트 체크 저널리즘’이라는 어휘가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 기자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저널리스트의 가장 기본적인 본분을 망각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약자의 편에 서는 의협심과 이들에게 힘을 보태어주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믿는, 그러나 그런 힘의 바탕이 되는 신뢰와 권위를 얻기 위해 공개되는 언론인의 말은 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믿는, 그래서 한때 그런 의기 넘치는 한 언론인이고자 희망했던 일인으로서 무척 절망감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체제를 위해서 질적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 제도가 유지되기 위한 기본 전제, 명징한 룰과 그 적용 즉 시스템확보가 중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이것은 선거의 투명한 관리와 스크리닝 되지 않는 여론으로 구축되며 그 핵심에 언론이 있다. 언론은 인간의 자유와 자기 주체성의 확립을 목표로 하여 특정 권력체제에 예속되는 것을 방지한다.

종종 정치나 선거를 게임에 비유하곤 한다.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피아를 구분해 ‘적’을 명확히 하고 아군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 게임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되는 메시지, 데이터, 역동 등에 한국의 언론은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켜 주기를 바라는 심판자가 아니라 어느 일방의 플레이어가 되어 뛰고 있다.

언론의 주된 역할은 여론형성이 아니다. 또 주된 기능이 비판에도 있지 않다. 건강한 여론형성을 위한 정확한 사실 보도, 진실의 전달에 있다. 상호주관성을 갖춘 객관성을 견지하면서 많은 정보 중에 선택하고, 검증하고,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넘어 맥락까지 이해하여 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감춰졌거나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사실을 탐사하고, 사회공동체를 위해 공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것. 그리하여 권위와 신뢰를 얻은 저널리즘은, 진실(truth)의 전달자를 넘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진실성(truthfulness)을 지녀야한다.

진실성.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이자, 상대가 진실을 알게 되길 원하는 태도. 언론인의 손에 있는 펜의 힘은 게임의 아이템이 아니다. 휘두르는 만큼 누군가의 삶이 영향을 받는, 그래서 그 힘의 무게를 느끼며 보다 신중해야 한다. 본인의 이름을 내건 일에 책임지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움츠려 들거나 비겁해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진실성을 갖춘 펜은 횟수를 쌓으며 신뢰와 권위가, 더 견고한 힘이 더해져 갈 것이다. 그래야 민주 공화 체제의 토양이,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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