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의 오랑캐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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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의 오랑캐 정신
  • 한북신문
  • 승인 2020.12.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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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누루하치가 여진부락을 통합하기 시작하던 무렵 조선을 도와 왜란에 참전하겠다는 청원을 조선은 단호히 거절하였고 1616년 후금(後金)을 세우고 칸에 즉위하여 7칠대(七大恨)을 내세우며 명(明) 제국과 대립하기 시작하였을 때는 군대를 동원할 필요도 없이 단지 경제적인 제제만으로 이를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몽골과 달리 반농반목(半農半牧) 사회였던 여진은 중국과의 교역 아니면 생필품들을 조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전체 여진을 통합하고 몽골마저 정복하자 상황은 급변하였다. 만주의 전략 거점들이 순차적으로 함락되고 조선마저 굴복하여 여진과 군신관계를 맺게 되자 이제 명은 중원(中原)마저도 호병의 말발굽에 유린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명이 의지할 것은 압도적인 인구와 병력, 그리고 넓은 강토와 당시 세계 최강이던 경제력이었다.

여러 차례의 국지전에서 승리하고 산해관(山海關)을 돌파하였다하여도 여진의 총 인구는 250만, 병력도 20만에 불과했다. 설사 전체 중국을 무력으로 일시 점령한다 하여도 그 소수의 인구만으로 100배에 가까운 중국인들을 과연 통치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最古)의 문화국가를 유목민들이 지배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들의 배타적인 자존심을 그 긴 세월 오랑캐라고 멸시 당해온 변방인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나 청제국은 중국을 250년간이나 지극히 효율적으로 통치했고 두 배로 강역을 넓혔으며 여진과 한족의 문화를 융합하고 정치, 문화, 경제적으로 중국 그 어느 왕조보다 융성한 소위 강건성세를 이루어 내게 된다.

그의 저서 <오랑캐 훙타이지 천하를 얻다>에서 장한식 교수는 이를 ‘오랑캐정신’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였다. 여진족은 건국이후 단 한 번도 풍요로운 중원을 장악하고 이를 지배하려는 ‘침략 정신’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일찍이 유사한 의식으로 상황에 도전하던 때가 있었다. <잘 살아보세!>, <안 되면 되게 하라!>, <해 보기는 했어?> <헝그리정신>으로 통칭되던 이 말도 안되는 치열한 도전을 통해 우리는 오늘의 우리를 만들고 세우고 이끌어 왔다.

온 세계가 무시하던 변방의 작은 나라가 그 세계를 향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우리의 아들, 딸 후배들이 그 어느 곳에서도 무시당하지 않게 된 지금 더러는 무식해 보이던 그때의 그 <오랑캐 정신>은 소중히 보존하여 후대에 계승해야 할 어쩌면 가장 값진 정신적 유산은 아닐까?

경남 시골 출신의 한 사업가가 대구에 쌀가게를 내고 이어 친구의 돈을 빌려 물류사업에 나선 작은 기업 <삼성상회>, 그 기업정신을 물려받아 싸구려 텔레비전이나 만들던 회사를 세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뚝심의 기업인> 이건희 씨가 영면하였다.

그의 생애를 공(功)과 과(過)로 나누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마누라 빼고는 다 바꿔라, 그래야 산다!” 며 그가 치열하게 추구하던 <오랑캐 정신>이 그의 죽음 후에도 계승될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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