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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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한북신문
  • 승인 2020.11.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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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

 

69세 여성이 질건조증과 성교통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1주일에 3번 성관계를 해야 하고 그리고 그가 가는 모든 곳에 그녀를 데리고 다녔다.

그녀의 남편은 성욕이 강하고 그녀는 남편을 최고의 남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성욕이 없고 성교통 때문에 섹스가 싫었고 오르가슴을 못 느꼈다.

질레이저 시술을 1번 하고 두 번째 하러 왔을 때 남성호르몬 주사를 놔 주고 세 번째 왔을 때 살이 덜 찌는 갱년기 여성호르몬제 안젤릭을 처방해 주었다. 그렇게 세 번째 질레이저 시술을 한 후부터 그녀의 질은 부드러워지고 질건조증이 좋아졌다.

질건조증이 많이 좋아지니까 그녀의 남편이 너무 좋다고 얘기했다. 질레이저 시술 전에는 젤을 바르고 성관계를 하다가 중간에 질이 말라버려서 젤을 다시 발라야 했는데 질레이저 시술 후에는 처음에만 바르고 중간에 질이 말라서 젤을 발라야 하는 일은 없어졌고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성관계 중간에 질이 건조해서 음경을 빼고 젤을 바르고 다시 삽입해야 하는 것은 그녀에게는 ‘수치심’으로 느껴졌다.

그녀의 남편은 구강성교를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구강성교를 싫어했고 그저 빨리 성관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그녀의 남편은 그녀와 같이 산부인과에 가자고 해서 온 것이다.

그녀가 질레이저를 4번째 하고 다섯 번째 왔을 때 이제는 질건조증도 좋아지고 성욕도 생겼다고 했다.

“질레이저나 갱년기 여성호르몬제 같은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포기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포기를 안 하는 거예요. 남편이 엄청 부끄러움을 타는 데도 성관계를 하고 싶으니까 어디서 젤을 사 왔어요. 그런데 써 보니 미끄러워서 쓰기 싫고 그래서 여기저기 찾다가 찾아왔는데 지금은 노력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질건조증과 성교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멀리서 찾아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요.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69세의 나이에도 아직까지 사업을 하고 있고 평생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4살 연하인데 중매로 만났고 남편과 항상 같이 산부인과에 찾아왔다. 두 사람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관계적으로도 건강했다. 참 보기 좋았다. 노력해서 건강한지 건강해서 노력하는지 모르지만 젊어 보이고 건강해 보였다.

최근 94세 의사 ‘한원주’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그녀는 돌아가시기 1주일 전까지 진료를 했다고 한다. 그녀는 많은 의사와 환자, 간호사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녀는 94세까지 흰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한 검은 모자에 흰 가운, 청진기를 목에 걸고 있었고 항상 얇게 바른 립스틱과 눈썹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얘기하면서 씩씩하게 사셨다.

그녀가 돌아가시면서 이런 말을 남기셨다. “가을이다. 힘내라, 사랑해.”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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