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말로 죄송해요
상태바
엄마, 정말로 죄송해요
  • 한북신문
  • 승인 2020.10.2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

 

1~2년간 엄마의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엄마는 나의 뿌리이고, 내가 태어난 몸이다. 그런 엄마가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고통이었다. 왜냐하면 25년 후의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평생 자식만을 위해서 사셨다. 물론 고집스럽고 잔소리를 계속 하는 것이 못 마땅했지만, 그래도 나의 엄마다. 그런 엄마가 지금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엄마는 요양병원에 적응을 하지 않으려는 건지, 우리가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것이 못 마땅한지, 아니면 그 곳이 마음에 안 드는지, 식사하는 것을 거부하셨다. 결국 엄마는 링거와 L-tube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지금 1달 정도 시간이 지났다. 1주일에 한 번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말을 많이 안 해서 그런지, 엄마의 말이 조금 어눌해졌다.

엄마의 공격성은 줄어보였다. 그리고 우리에 대한 원망도 내려놓은 것 같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킬 때 엄마의 짐은 조그만 가방 하나에도 다 안 찼다. 치약, 칫솔, 기저귀, 그리고 손수건 몇 장, 속옷 몇 벌이 전부였다. 우리가 늙어서 요양병원에 입원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될까? 우리가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있는가? 우리의 마지막은 한 평도 안 되는 무덤이거나, 한 줌도 안 되는 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우리가 서로를 비난하고 사는가? 조금 더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면회도 안 되는 엄마를 핸드폰 화면으로 보는 것은 고통이다. 마음이 짠~ 하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엄마, 정말로 죄송해요.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리고 우리가 하루 종일 엄마 곁에서 엄마를 돌 볼 형편이 안 되어서, 엄마가 바라지 않는 요양병원에 입원시켜서 죄송해요.

이렇게 가는 것이 우리 삶인 것을.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버둥거리면서 사는가?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