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my St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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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y Stew
  • 한북신문
  • 승인 2020.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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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대한제국 마지막 궁녀로부터 궁중요리를 전수받아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황 아무개 교수의 한 인터뷰 발언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 음식의 격조와 보존해야 할 문화가치를 설명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부대찌개를 폄훼하고 나선다.

“도대체 그런 쓰레기 같은 음식, 이름부터도 도대체 부대찌개가 뭐예요, 부대찌개가! 그런 이름부터 천박하고 격조 없는 음식을 어떻게 우리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내가 대학교에 다니던 무렵쯤으로 기억되는 당시의 인터뷰 중 지금도 내가 잊지 못하고 있는 구절이다.

의정부 <오뎅식당>의 허기숙 할머니가 1960년 미군부대 종업원들이 들고 나온 소세지, 햄 등을 볶아주다가 보다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고안해 낸 음식이 바로 <부대찌개>이다.

이 음식이 크게 유행하게 되면서 비슷한 도시환경을 가지고 있던 동두천, 송탄, 평택, 용산 등지에서도 동일 유형의 음식이 확대되는 한편 이른바 의정부식, 송탄식 하는 분류도 생겨났고 용산에서는 이를 <존슨탕>이라고 달리 부르고도 있다.

이 음식이 처음 등장한지도 벌써 60년이 되었다. 1980년대에 등장한 <안동찜닭>, 1965년에 우리나라에 최초로 등장한 <라면>,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일반화된 <물회>, 1970년대에 실수로 만들어진 <쫄면> 같은 어지간한 우리 대중 음식보다 훨씬 역사와 연원이 길며 더 고급지고 기름진 우리 맛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오랜 기간 미군주둔지문화가 낳은 격 낮은 잡류 음식으로 천대받던 이 부대찌개가 지금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부대찌개를 맛보고 돌아간 외국인들의 요청으로 이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며 심지어는 부대찌개(Budae JJigae)라는 어려운 우리말 이름 대신 <K-Army Stew>라는 영어 명명도 등장하였다.

영국 방송 BBC가 한국 음식 ‘부대찌개’의 세계적 인기를 조명했다. BBC는 “한국의 ‘컴포트 푸드(Comfort food·소울 푸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기쁨과 안정을 주는 음식을 뜻한다.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는 음식을 말하기도 한다)’는 어떻게 세계화 되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 6월10일자 보도>

참으로 격한 격세지감이 없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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