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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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하세요
  • 한북신문
  • 승인 2020.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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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이영애가 주연한 ‘친절한 금자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교도소에서 출감하는 금자를 마중 나온 교회의 전도사가 이제 죄 값을 치렀으니 앞으로는 범죄를 떠나 주님의 뜻을 따르는 선량한 시민의 삶을 살자고 권유하자 시니컬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금자의 대사 “너나 잘하세요!”였다.

칼 마르크스는 인류의 역사를 원시공산사회, 고대노예사회, 중세봉건사회, 근대자본주의사회, 미래공산주의사회로 구분하였는데 이 중 원시공산사회는 실제로 존재하였다기 보다는 그런 사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상정한 것이고 미래 공산주의사회 역시 목표일 뿐 아직 도래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의 역사 시대구분론은 실제로는 고대, 중세, 근대의 3분기로 구분되어 있다. 그는 이와 같은 사회발전과 변화가 생산수단을 어느 계급이 장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이를 둘러싼 계급모순이 변증법적 변인(變因)을 따라 나타난다고 설명하였고 현재 자본주의 시대에는 노동계급, 즉 프롤레타리아와 자본계급 즉 부르쥬아주 사이의 계급 모순이 부익부, 빈익빈의 갈등으로 나타나는 데 이를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한 <계급독재>로 소멸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노동자들이 만든 ‘잉여가치’를 무노동으로 착취하는 부르쥬아주가 본질적으로 부도덕하므로 선한 계급 프롤레타리아는 이를 제거할 합법적 권리를 소유한다고 주장한다.

좌파 이념은 이처럼 본질적으로 선악 이분론에 기초하여 출발한다. 인간은 차별없이 평등하여야하고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은 보장되어야하고 복지는 차별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교육도 정치도, 문화도 공동체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어떤 전쟁도, 어떤 착취도 어떤 불공정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그 이념의 바탕에는 자신들의 사상 노선이 절대선에 기초되어 있다는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선을 추구하고 공의를 대의로 내세우는 자신들은 옳고 이를 반대하면 그르다고 치부한다. 그리고 잘못된 가치들은 반드시 제거되고 징악(懲惡)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이런 주장에 꾸준히 귀기울였고 동조했으며 급격하다고 여기던 진보적 가치들을 수용해 왔다.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인 종군위안부 문제 역시 이와 같은 대의에 입각하여 이의 해결을 일본 정부에 촉구해 온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정의기억연대’를 지지해 왔고 전 국민의 지지 동조를 아끼지 않았다. 그 세월이 이미 30년이다. 그런데 근자에 갑자가 이 문제가 새로이 사회 담론의 표면으로 떠오르며 온 국민을 당황시키고 있다. 할머니들을 돕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전개해온 이 운동이 실로 엄청난 의혹 속에 거센 역류로 휘몰아치고 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 단체 리더의 행태가 속속 이해할 수 없는 의혹으로 제기되며 국민들을 실망과 분노로 이끌고 있다. 물론 이래서 그랬고 저래서 그랬다는 변명과 해설이 있으나 문제는 이 운동의 기초가 되는 도덕성, 정의의 문제이다. 이런 시민운동은 이 따위의 의혹 조차도 제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옳다는 확신 전제 아래 상대방의 악행을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일본정부 당국자에게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면 혹시라도 이런 반론이 제기될까 걱정이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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