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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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극복
  • 한북신문
  • 승인 2020.04.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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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논설위원·신경정신과의원 원장

 

갑작스런 유전 질환의 발현으로 치료와 회복이 어려워 거의 영구적으로 시력의 상실이 생긴 40대 남자 한자분이 있다. 발병 전까지는 전문 기술자였던 그는 어쩔 수 없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까지도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방을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에 빠진 그에게 치료자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의 약물 처방과 지지 정신요법(supportive psychotherapy), 그리고 항상 빠짐없이 권하는 말은 ‘의미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시련 속에서도 분명히 어떤 삶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고통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를 바랐으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나 활동을 찾아보기를 권했던 것이었다.

17세경 다이빙 사고로 목 아래 부분이 마비된 ‘제리 롱’ 이라는 사람은 첨단 의료기기의 도움으로 대학 강의도 듣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는 활동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나는 사고로 내 목을 부러뜨렸지만 내 부러진 목은 나의 삶을 부러뜨리진 못했다. 나의 삶은 의미와 목표로 충만한 삶이다.” 그는 남들이 불가능하게 여길 생활을 당당하게 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하고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로고 테라피(logotherapy)라는 치료 기법의 일부로 로고 테라피는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 1905~1997)이 창안한 것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에서 약 3년간 생존해왔으며 후에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신경 정신과 교수가 된 사람이다. 항상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삶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 테라피를 만든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한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대상은 유명한 정치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며 자신의 시련과 고통을 현명하게 잘 극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삶 속에서 시련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시련과 고통이 없이는 인간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고 한다. 일부러 시련을 찾아나서는 자학적인 태도는 불필요하지만 혹시라도 어쩔 수 없이 힘든 시기를 겪을 때에는 그것도 하나의 삶의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도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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