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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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특권
  • 한북신문
  • 승인 2020.04.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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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기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후보자마다 자신의 공약을 홍보하면서 본인을 선택해달라고 한다. 아울러 시민과 가장 가까이 지내며 낮은 자세로 소통할 사람으로 본인이 적임자라고 한다.

 

선거철에 등장하는 후보자 모습에서는 어느 한구석 권위나 거만함을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선거철의 모습대로 국회에서 일하고 시민에게 봉사한다면 국회의원의 금배지는 더할나위 없이 빛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꽤 많은 국회의원 금배지는 당선 전과 후가 많이 다른 모습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면 시민 입장에서 국회의원과 통화 한번하기도 어렵고 사전예약이 아니면 만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선거철의 낮은 자세는 흔적도 없다. 이렇게 시민과 멀리 떨어져 가는 국회의원은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다. 시민들이 대표로 뽑아 주었으면 열심히 시민들에게 다가와서 귀 기울이고 또 열심히 의회에 가서 일해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시민은 시민대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따로 가는 일이 잦아지고, 급기야 시민과 대표간의 일체성이 퇴색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대표를 통한 시민의 의사전달은 요원해지고 만다. 대의민주주의 위기가 점차 심화되고 정치 무용론까지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본인이 겸손한 자세로 돌아가고 시민과의 눈높이에서 일할 수 있다.

모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스웨덴 국회의원의 일하는 모습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들은 면책특권도 없고 개인 비서도 없다. 2명의 의원 당 1명의 공용비서가 있을 뿐이다.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를 하고 스케줄은 의원 스스로 짠다. 관용차의 지원은커녕 유류비, 차량유지비 같은 것도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요통을 이용할 경우는 교통비가 지급된다. 식사는 의사당 식당을 이용하는데 환경미화원도 함께 식사한다.

일상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고 일이 많으면 주당 80시간도 일한다. 그러다보니까 한 명의 의원이 4년 재임기간 동안 발의한 법안 건수는 평균 104건에 이른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1/3정도가 연임을 포기하는데, 업무가 힘들어서라는 사유가 가장 많다. 만약 뇌물을 받는 등의 부정한 일에 연루된 경력이 있으면 거의 당선되지 못한다.

한국 국회의원 특권은 세계 일류 수준이다. 면책특권 보장은 물론, 3개월 이상 의원직만 유지해도(스웨덴은 12년 이상) 65세 이후부터 평생 120만 원의 연금을 수령한다. 45평 크기의 의원 사무실에는 인턴을 포함한 9명까지의 개인 보조직원이 포진하고 있다. 국고지원으로 연 2회 이상 해외를 시찰할 수 있고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 석에 탑승한다.

국유 철도, 선박, 비행기 모두 무료 이용할 수 있음에도 매달 차량유지비가 나온다. 국회 본청에서는 회기 중 의원 전용출입구와 전용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이 외에도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특권은 무수히 많다. 각 후보자들이 금배지를 달고자 하는 열망에는 많은 특권이 배경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싶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국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금배지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솔직한 마음은 다음 국회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귤이 회수를 건널 때 탱자가 되듯이 국회 입성하는 순간부터 변질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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