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편없는 자기 낮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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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편없는 자기 낮춤
  • 한북신문
  • 승인 2020.03.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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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누가 무슨 근거로 어떻게 선정했는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한국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에 소설 <삼국지(三國志)>가 있다. 본래 후한(後漢)을 해체하고 조조가 세운 ‘위(魏)’, 손권이 세운 ‘오(吳)’, 그리고 <삼국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비가 세운 ‘촉한(蜀漢)’ 세 나라의 흥망을 다룬 이 책은 흥미로운 사건 전개와 함께 무수히 명멸하는 영웅, 호걸들의 생애가 박진감 있게 펼쳐져 아닌게아니라 한 번 손에 잡으면 이에 빠져들게 되어 있기는 하다.

문제는 번역, 번안자를 달리하여 끊임없이 새로 출간되는 이 책을 학창시절부터 접한 우리나라의 독자들은 예외 없이 <삼국지>의 스토리가 전개된 중국과 당시의 인물들에게 터무니없는 애정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본래 이 책은 진수(陳壽)가 편찬한 중국 삼국시대의 역사서를 명(明)대의 나관중(羅貫中)이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라는 이름의 장회소설로 각색한 것으로 내용이 역사적인 실체와는 상당히 어긋나 있는 데 누군가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하여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사업을 같이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렸고 심지어 이전 대한민국의 어느 대통령 한 분은 이 책에 나오는 유비의 장수 조자룡을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으며 이 책을 읽고 감명 받은 일부 한국인 독자들은 삼국지의 무대가 된 장소들을 찾아가는 역사탐방,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연구하는 동호회를 만들고 삼국지를 주제로 만화, 드라마, 영화, 판소리가 제작, 공연되어 결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컨텐츠로 작동하고 있다.

대구(大邱)는 ‘큰 언덕이 많은 지형’에서 그 지명이 유래하였다. 그렇다면 지명의 한자 표기는 대구(大丘)라야 맞는데 왜 ‘언덕 구(丘)’ 대신에 읍(邑)변의 ‘고을 구(邱)’를 쓸까? 중국의 성현 공자(孔子)의 이름이 ‘구(丘)’여서 성인의 이름을 피하여 이리되었다고 한다. 특정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소위 기휘(忌諱)의 전형적인 예이며 이해할 수 없는 자기비하이기도 하다.

그 대구가 지금 ‘코로나19’ 전염병의 창궐로 도시를 강제 폐쇄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우한 폐렴>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고 했었기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물론 격리가 이 질병을 다스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하더라도 정작 이 질병의 근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봉쇄는 여전히 마다하면서 그로부터 피해를 받고 있는 대구는 봉쇄되어야 하는지, 그 우선순위의 황망함에 답답할 뿐이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중국의 지도자와 통화하며 “중국의 어려움이 곧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힘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할 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이 터무니없는 ‘존중’의 근거와 이유는 무엇인가? 분명한 근거를 대지 않고 있기에 우리는 이 형편없는 국격 손상에 아울러 함께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이웃 중국’은 좋다. 그러나 ‘흠모해야 하는 중국’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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