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문을 닫은 여인들의 고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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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문을 닫은 여인들의 고민 ①
  • 한북신문
  • 승인 2019.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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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

 

요즘 100세 시대를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갱년기 이후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돈을 자식에게 다 줘버린 노인들과 마음은 아직도 28청춘인데 육체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걱정, 그리고 대책에 대해서 갈팡지팡하게 된다.

산부인과에 진료를 오는 여성들을 진찰하다보면 특히 자궁경부암 검사나 질 초음파를 하면서 질의 상태를 보게 되면 이미 오래전에 공장 문을 닫은 여성들을 너무나 많이 보게 된다. 한 눈에 보인다. 질은 이미 위축되어서 질결을 넣을 때 아프다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아주 심한 경우는 질경을 넣고 자궁경부암 검사만을 했는데도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이미 질이 말라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상태에서 성관계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여서 성관계가 어렵게 된 것인지, 성관계를 안하다 보니까 이렇게 질이 위축되었는지는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다.

갱년기가 오면 대부분의 여성은 성교통이 생기고(성교통이 안 생기는 여성도 있다. 자주 사용하고 건강하고 약간 뚱뚱하면 지방에서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진다). 불과 몇 개월만 사용하지 않으면 질은 위축되기 시작한다. 질 벽은 얇아지고 애액은 적어지고 그래서 질은 작아지고(마치 다리를 다쳐서 기부스를 하게 되고 그 다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쪽 다리의 근육이 위축되듯이 질도 그렇게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이 되고 질이 작아진다). 그리고 사용 안 한 기계나 공장처럼 서서히 쇠퇴하게 된다. 가끔 공장 문을 열게 되면 먼지와 거미줄을 치워야 하듯이 질도 사용을 안하다가 가끔 사용하게 되면 공장처럼 먼지를 걷어내고 기름칠을 해야 돌아가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갱년기를 훌쩍 넘긴 여성들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여자로서 사랑도 못 받았는데 아끼다 똥 된 것 같은 느낌, 이제야 성에 대해서 즐길 마음이 생겼는데 성교통 때문에 남편을 피해서 도망 다니게 된 신세, 자식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자식은 저절로 큰 것처럼 생각하고 달랑 남편과 둘이 되었는데, 성교통 때문에 남편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남편이 밖으로 눈을 돌릴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물론 남자들도 여자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는 발기만 되면 성관계가 가능한데, 여자는 아파서 성관계가 너무나 싫다. 어떻게 안 아프게 할 방법이 없을까?

그것 때문에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자니 유방암이 걱정되고 안 먹자니 너무나 아프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내가 이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설마 내가 아파서 성관계를 안 해 줬다고 남편이 바람피우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한편으로는 매우 불안하다. 그래서 또 이렇게 생각을 한다. ‘바람피우려면 피우라고 하지! 그래도 나는 아파서 못 해 주겠어!’ ‘만약에 바람을 피우면 어떡하지? 설마!’

이런 여성들이 정말로 많다. 걱정은 하면서도 남편을 위해서 유방암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싶지는 않은 여성, 아파서 도저히 남편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갱년기 넘어서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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