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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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 관리자
  • 승인 2019.1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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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신한대학교 교수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한 명 이상의 의원이 제안된 입법안에 대해 토론을 길게 하여 제안에 대한 결정을 지연시키거나 전적으로 막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긴 발언을 통해 의사진행을 방해한 이야기는 고대 로마 원로원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카토(Cato)가 원로원에서 정부의 법안 가결을 막기 위해 밤까지 긴 발언을 이어가는 것을 자주 썼는데 로마 원로원은 해질녘까지 모든 일이 끝나야 한다는 규칙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전술로 표결을 막아 카이사르가 입안하는 정책을 막는 데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제한 토론,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라고 알려져 있다.
필리버스터의 어원은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나온 말이다. ‘해적또는 도적’, ‘해적선’, ‘약탈자를 뜻하는 부정적 의미도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국회법 제 106조의2에 의거하여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합법적 행위가 된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2016년 테러방지법에 대한 반대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사용한 적이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4년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을 막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을 하여 세계 최장이라고 기네스 인정을 받은 적이 있다.
국회가 여야 간 극한 대립 끝에 한국당의 전략으로 1129일 오후 1시께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 199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였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교통·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붙인 일명 민식이법, 해인이법 그리고 태호·유찬이법 등 아이들 이름을 딴 법안들은 사고로 숨진 부모들에게는 죽은 자식과 동일 시 되는 마치 아이들의 산소와 같은 상징이다.
산소도 제대로 못쓰고 자식이 죽어 있다면 어떤 부모가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이런 마음에는 내 아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우리나라가 아이들 키우기에 안전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국회는 다른 쟁점법안은 차치하더라도 민식이법, 해인이법은 지난 달 29일 꼭 국회를 통과시켜야 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만큼은 아니겠지만 참 마음이 좋지 않다.
자기 표에 얽힌 정치적 이해타산과 욕구, 욕망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국회는 언제나 국민보다 자기들이 얻을 표나 보신이 먼저다. 하긴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데 특별한 체하는 의원들의 잘못된 의식구조로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볼모 잡혀 있는 국민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주나. 대한민국이 싫어 떠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우중충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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