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 의결과 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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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 의결과 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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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2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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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기 신한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 헌법 제54항은 정부는 회계년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년도 개시 9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년도 개시 30일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국회는 122일까지 차년도 예산안을 의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근래에 국회가 헌법에 명시된 일자를 지키는 예는 별로 없다. 이런 헌법위반 행위는 1980년대 후반 노태우정부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91219, 19901218, 1991123일 의결 등이 그 예이다. 김영삼정부 때도 1993년과 1996년 두 해를 어겼다. 김대중정부 때는 아예 한 번도 준수한 해가 없었다. 1998129일 의결을 시작으로 이후 대부분 12월 하순경에 의결하였다.
김대중정부 때의 잘못된 국회 관행은 이후 극심함을 더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부분 12월 말일쯤 의결하였다. 20031230일 의결을 시작으로 20041231, 20051230, 20061227일 등으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집권기간 동안 2009, 2011년 두 번이나 1231일에 의결하는 행태를 보였다.
박근혜정부 때는 그나마 외줄 타기하듯 연말 마지막 날 의결하던 것도 깨지고 말았다. 2014년도 예산안을 2013년 내에 의결하지 못하고, 2014년 새해 11일 의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문재인정부 때도 헌법 일자를 준수한 해는 없었다. 2017126, 2018128일 의결 등으로 헌법위반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올해도 이런 전통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 예산의결이 헌법규정을 너무 쉽게 어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 국회 선진화법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가 예산안을 1130일까지 심의하지 못하면 다음 날인 121일 차년도 예산안을 자동부의해 상정할 수 있게 하였다. 2019년 올해도 이 규정을 적용하여 121일인 일요일을 피하여 122일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의 정쟁으로 상정은 고사하고 예산안 심의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였다.
예산안 의결을 놓고 국회가 파행하는 데는 단연코 정쟁이 원인이다. 2019년의 경우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여러 가지 쟁점사항으로 여야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예산안은 볼모로 잡히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산안 의결이야말로 야당 입장에서는 중요한 볼모인 셈이다.

예산안 의결이 늦어질수록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그 틈을 타서 자신들의 주장을 홍보하고 관철하려는 것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의 의도가 통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달려든다.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할수록 애꿎은 예산안 의결만 희생되는 상황이다.
예산은 국민의 살림살이와 직결되고 국가운영과 직결되는 핵심이다. 예산안 중 특정 사업비에 이의가 있으면 따로 떼어내서 집중심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예산안 심의는 경상비와 같은 일반 항목부터 점차 난이도가 높은 사업으로 심의해야 효율성이 높다.
무엇보다 정당간 이해관계 대립은 예산안 심의 의결과 무관한 거리에 있어야 한다. 굳이 정당간 정쟁을 하려면 특정 법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야 한다. 예산안 의결을 지연시키면서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든다면 여야는 물론 행정부도 비난받게 된다. 이제 그만 헌법위반을 예사로 일삼는 행태는 중지해야 한다. 헌법을 지키는 국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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