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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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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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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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조선시대의 정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관점의 하나가 <당쟁(黨爭)>이다. 당쟁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고 강변하는 일부의 주장이 있기는 하나 당쟁에 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애초 당쟁은 김효원(金孝元)과 심의겸(沈義謙)의 개인적 감정 대립에서 비롯되었고 점차 동류(同類)들 끼리의 진영논리로 상승되었으나 그 다툼의 결과는 단지 정치적 실각(失脚)에 그쳤고 상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극단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던 당쟁의 양상이 전변되는 계기가 바로 <정여립(鄭汝立)>의 난이었다. 아직까지도 그 내막이 명확하지 않은 이 역모(逆謀)사건은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철(鄭澈)의 단호한 판정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렸고 결국 동인(東人)세력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정권을 잡는 집권 당파는 상대 당파를 철저히 숙청해 내는 이른바 적폐청산에 몰두하였고 사안이 누적될수록 상대 당의 당류에 끼치는 피해는 더 잔혹해져 갔다. 때로는 국왕조차 그 숙청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고 당연히 본인이 결부되지 않은 사안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죽어가는 피해자가 양산되곤 하였다. 그리고 숙청당한 측에서는 다시 기회를 노리며 복수의 칼을 갈게 되었다. 사건에 연류된 집안에서는 상대편 가해자들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겨 지금에 이르도록 서로 통혼은 물론 내왕조차 용납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상대를 숙청하는 입장에서는 그 숙청이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성리학적인 근본 가치를 훼손하였다거나, 왕실과 국가의 체모(體貌)와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거나 강상(綱常)의 기본을 흔들고 학문의 질서를 해쳐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따라서 이를 들어내고 말살하지 않으면 국가와 백성의 안위(安危)가 심각한 위협에 처한다는 정의감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되풀이되는 보복과 이에 따른 불신, 적대감 그리고 철저한 진영논리가 정치의 건전성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고 결국은 500년을 유지해 온 왕조가 결국 망국에 이르러 나라 전체를 이민족의 강점에 내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중대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극 <다모(茶母)>에는 널리 회자(膾炙)된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양반인 남자 주인공이 억울한 형벌을 당한 천민인 여주인공의 상처에 약을 바르며 이렇게 말한다.
아프냐?”
!”
나도 아프다!”
지금 정치적으로 공방을 주고받는 여야는 사안(事案)의 해결을 위해 서로 타협하거나 소통하지 않은 채 자기편 피해자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그러나 정작 아픈 것은 역사와 국민, 그리고 조국(祖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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