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의 자문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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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의 자문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 관리자
  • 승인 2019.11.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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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손해사정사 국민대 재무금융회계학부 겸임교수

필자가 손해사정업에 종사한지도 햇수로 15년이 되어간다. 손해사정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약관의 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약관은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고 약관의 해석에 따라 소비자의 보험금 수령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 이 일을 할 때만해도 생명, 상해보험에서 보험회사의 심사는 있어도 자문이라는 제도는 없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처음으로 약관상 보험금 지급과 관련하여 이견이 있을 경우 제3자의 의견을 따른다는 문구가 들어왔고 이후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이 변경되면서 해당 약관 조항이 소급해서 적용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는 모든 상품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심사라는 명목으로 자문을 시행한다. ‘자문이라는 것은 보험회사가 그들과 자문계약을 맺은 의사에게 고객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학적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본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을까? 보험회사는 고객으로부터 수령할 보험료를 결정하고 상품을 개발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로 기금을 형성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약관이다. 그런데 약관은 보험회사가 만든다. 결국 고객에게 걷어야 할 보험료 액수도 보험회사가 결정하고 상품개발도 보험회사가 하며 약관도 보험회사가 만든다.
그런데 공공성과 사회성이 강조되는 보험제도에서 보험회사가 보험료 결정하고, 약관 만들고 해석하고 자신들의 자문의에게 자문 받아서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공공성과 사회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험사기가 정말 걱정된다면 보험금 지급여부는 보험사나 그들의 자문의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제3의 중립적인 기구를 만들어서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 보험사는 고객의 보험료는 공공의 자산이므로 공정하게 쓰여야 한다면서 중립적인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에는 난색을 표한다.
심지어 S화재의 경우 회사에 의사를 두고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심사한다고 한다. 이를 사의제도라고 하는데 고객의 소중한 보험료를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소견을 내는 사의의 급여로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보험의 공공성이나 사회성은 책에서나 있는 옛날 말일 뿐인 것 같다.

최근 이 회사와 언쟁이 붙었다는 후배 손해사정사의 말에 따르면 사의의 의견에 따라 보험금 지급은 할 수 없고 사의가 누군지는 알려줄 수 없는 것이 회사 사규라고 했다고 하니 약관보다, 개인정보보호법보다 사규가 우선하는 요지경 세상이다.
만약 보험회사에서 자문동의를 요구한다면 꼭 자문의가 누군지를 밝히는 조건으로 자문에 동의할 것이라고 대응하자. 그리고 보험회사가 자문의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 이렇게 답하자. “내게 받았듯 자문의에게도 개인정보동의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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