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가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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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가 심상찮다
  • 관리자
  • 승인 2019.09.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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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한국은 미국과 수교를 맺을 때부터 평등하지 못했다.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가 될 백척간두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과감한 외교술을 발휘하여 미국과 1953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한국의 방위를 미국에게 떠맡겼다. 국방을 위탁한 한국은 미국의 무상원조 44억 달러와 차관에 힘입어 경제재건의 총력전을 펼친 결과 1953년에 67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이 현재는 3만 달러를 넘어선 OECD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한미관계가 심심찮다. 한미동맹은 태생부터 세계 최강과 최하위 국가가 손을 잡은 비대칭 동맹이고 편승 동맹이다 보니 소위 연루되거나(휘말리거나) 또 미국으로부터 방기되지(버려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간단히 요즘의 실상을 살펴보자.
첫째, 2015년 유엔안보리와 독일이 참여해 맺은 이란핵협정을 2018년에 트럼프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자 트럼프는 호르무즈호위연합대창설을 주창하며 이곳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들에게 파병을 요청하고 한국도 참여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한국이 이에 참여할 경우 20조 원의 무역시장을 잃어버리는 연루위기에 빠진다.
둘째,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규제 조치를 하자 한국은 대응조치로 일본과 2016년에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을 거부하였다. 이에 한··일 동맹 약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워싱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우리 외교부는 주한 미대사를 불러 미국 정부의 공개적이고 반복적인 실망표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불쾌감을 나타내듯 해리스 대사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DMZ평화경제국제포럼개막식에 불참했다. 또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릴 향군 행사에서 한반도 안보정세와 한미동맹 강화를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향군 측의 요청으로 무산됐다. 그러자 미국의 정가에서는 에치슨 라인을 다시 그어야 한다는 등 한국을 방기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셋째, 트럼프는 지난 2월 각료회의에서 미국이 한국의 방위를 위해 연간 50억 달러의 비용을 내고 있고 한국은 이러한 규모의 자국 보호 비용에 대해 5억 달러 만을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8월에는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면서 미군 32000(?)이 한국 땅에 있고 82(?)간 한국을 도왔지만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인용한 숫자는 모두 엉터리지만 미국과 합의된 2019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1389억 원의 5배는 더 내야한다는 압력 또는 협상술의 하나로 보이지만 한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한국은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92일 한미연합사령관은 아직 이에 관한 구체적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미군 기지의 조속한 반환을 추진키로 한 점이 놀랍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라는 한미동맹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간에 호르무즈 해협파병,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작권 조기전환, 주한미군 기지 이전 등 민감한 안보 사안이 산적해 있는데 지소미아협정 파기결정을 계기로 갈등의 불씨가 표면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한·미 동맹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연루와 방기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이성과 논리 그리고 냉철한 판단으로 접근해야 작금의 한미동맹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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