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과 니어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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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과 니어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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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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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기 논설위원·신한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20109, 동중국해 일부 섬(일본 명: 센카쿠 열도)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이 발발했다. 이 섬 일대에 중국 군함이 왕래하자 일본은 중국 선원을 구금시키며 대응했다.
이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로 압박을 가했고,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일본은 체포했던 중국 선원을 곧장 석방하였다. 영토분쟁을 둘러싼 분쟁에서 중국이 일방적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참고로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란탄)계 원소 15,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오늘날 희토류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등에 필수적인 영구자석 제작 물질이다.

희토류는 광물 형태로는 희귀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지구상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중·일분쟁에서 완패한 이후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해외에 희토류 생산공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희토류 공포는 사라졌고 오히려 센카쿠열도에 군사기지까지 만들었다. 중국도 더이상 압박할 카드가 마땅하지 않자 일본과 그런대로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때의 중·일분쟁이 기회였다. 희토류라는 자원이 지구상에 풍부하다 해도 어느 한 국가에서 독점 공급한다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망 쏠림 현상을 재빨리 점검하고 시정해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은 빨리빨리 성과 지향을 지속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소재 공급을 참고 기다리며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편리한 수입 쪽을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은 힘들어지고 국내 자체공급과 수요의 선순환이 어려워졌다. 편리한 수입에만 의존하며 설마 우리에게 희토류 같은 사태가 일어날까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한 것이다. 오늘날 한·일 경제전쟁에서 힘겨운 위치가 된 것은 이와 같은 안이함에 연원하고 있다.
니어 물고기는 중국 고대 때부터 회자된 전설 속의 물고기이다. 이 물고기의 생존법은 다른 물고기와 다르다. 가뭄이 들기 시작하면 물고기들은 필사적으로 물이 좀 더 많은 곳을 찾아 다닌다. 그러다가 물이 메마르면 탈진하여 결국 죽고 만다. 그러나 니어는 가뭄에 당황하지 않고 먼저 주변을 살펴본다. 주변에 물이 많은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진흙탕을 찾는다. 그리고 진흙탕 속에서 겨울잠 자듯이 꼼짝 않고 가뭄철을 견뎌낸다. 그렇게 거의 반 년 이상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우기가 시작되어 호숫물이 불어나면 니어는 진흙탕 속에서 빠져나와 이미 죽어 버린 물고기를 먹이로 삼아 빠르게 번식한다. 결국 니어가 호수의 최고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전설 속 생물체이지만 니어 물고기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한·일 경제전쟁을 이겨내는 지혜를 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위기이며 기회이다. 가뭄 시기를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위기이지만, 그 시기를 이겨낸 후는 기회가 온다. 다만 가뭄 시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야 한다. 너무 길어지면 니어 생존법이라 할지라도 고통은 더욱 배가된다. 앞서 중·일 분쟁에서 일본이 그랬듯이 정치·외교적으로 총력전을 펼치며 고통의 시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일본과 직접 대화뿐만 아니라 미국 등 영향력 있는 국가를 온 힘을 다해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소 비굴해질지라도 그것 또한 용기의 연장선에서 참을 줄 알아야 한다. 가뭄 시기를 최대한 빨리 끝내면서 내적인 힘을 강력하게 키우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소재 등 수입선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분담을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 즉 중소기업은 부품 공급, 대기업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상생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위험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경제위기 사전 발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국가 운영의 모든 면을 점검하고 시스템적으로 연계·운영하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니어 물고기처럼 어려운 시기를 잘 활용하여 나중에 강자로 우뚝 서는 모습을 보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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