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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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권리
  • 관리자
  • 승인 2019.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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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

작년에 마지막 어린이날이라며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았던 아이다. 올해는 중학교에 입학한 후 맞이한 어린이날이라 별 신경을 쓰지 않고 하루 종일 잡혀진 일정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늦은 오후 아이와 마주앉았다.
입이 한주먹은 튀어나온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내게 마지막 어린이날인데 너무 소홀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생일이 아직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나. 그러고선 이제 어린이로서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6시간 남았다 했다. 마지막 어린이날을 후회 없이 신나고 재미나게 보내야겠다며 가까운 친구를 부르겠다 한다. 부모는 어린이가 아니기 때문에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없단다. 떡볶이에, 아이스크림에평소 자주 먹지 못하게 하던 음식으로 저녁을 먹은 후 각종 게임을 하며 큰 웃음소리가 나는 시간을 보냈다.
문득 부모가 부족하면 아이가 빨리 철이 든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각 시기에 걸맞는 과제를 해결하면서 죽는 날까지 성장하는 존재다. 아이는 애착대상과 건강한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자존감을 높여가야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한다.

내 아이는 너무 일찍 철들지 말고 천천히 철들고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 시기에 충족되어야 할 총량들이 온전히 채워지도록. 아이가 아이다운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도록 부족하지 않은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다짐. 아이는 아이답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너무 일찍 철든 아이들을 본다. 아니 어른들보다 더 실익을 따지며 어른스러운 영악함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과거처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어른의 짐을 짊어져야 하는 것도 아닐텐데 일찍 철들어버린 아이들은 온통 관심사가 이다. 지난 성소주일에 신부님께 궁금한 것을 묻는 자리에서도 초등학생들의 질문지에는 7할이 넘는 내용이 어떻게 돈을 버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안타까왔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돈 때문에 겪어야 하는 큰 문제들이 과연 있을까? 아마도 그 아이들의 부모나 주위 어른들의 영향을 받은 탓일게다. 아이들에게 생존에 관한 문제들을 강조한 나머지 보다 가치 있는 삶을 꿈꾸게 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기사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3, 5포를 지나 7포 세대라고 한다. 결혼, 출산, 내집마련, , 희망직업, 인간관계, 연애를 포기한 세대. 이들이 주축이 되어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대한민국에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의식,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총량불변의 법칙. 사람은 각 시기에 걸맞는 과제를 해결하면서 충족되어야 할 요소들을 채우지 못하면 문제가 잠재된 상태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문제가 되어 나타난다. 경중의 차이지만 언제든지 퇴행해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을 수행해 총량을 채우게 된다.

우리의 아이들이, 청년들이, 이웃들이 각 시기의 총량을 잘 채워나갈 수 있게 우리가 이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부족하지 않은, 건강한 어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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