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당(朋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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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당(朋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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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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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친한 사람들끼리 모인 집단을 흔히 일러 <붕당(朋黨)>이라고 해 왔다. 본래의 의미는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한 동문들끼리 패를 지어 모이는 것이 <()>이요, 같은 취미, 같은 이익을 공유하여 모이는 무리를 <()>이라 했다.
()과 당()은 본질적으로 동류가 모인 패거리로 결국에는 생각과 지향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는 이기적인 집단이 될 수밖에 없고 특히 정치에 붕당이 개입하여 이를 좌우하게 되는 일은 위정자가 삼가고 다스려야 할 가장 주요한 덕목 중의 하나였다. 공평하고 무사하여야 할 정책 추진에 사익 추구와 독단이 작용할 여지가 너무도 확연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당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부정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발단이 무엇이었고, 경과가 어떠하였던 당쟁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단과 배타, 그리고 자신의 당색으로만 등용을 일원화하려던 이기심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국왕의 전제를 견제하고 대립되는 정론(政論)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었으며 나아가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성리학의 논구(論究)를 치밀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고 식민사학의 왜곡된 논리로 부정적인 요소가 확대되었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나 당쟁이 당론의 본질을 벗어나 사적 추구의 정쟁으로 일관하였다는 지적은 충분히 객관적이며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당론이 붕당에서 나오고 당론을 추구하는 기본 방향이 다른 당파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으로 일관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의 의회민주주의는 정당에 의해 구체화되고 그 정당의 집권은 과거의 전제정치와 달리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아닌 국민의 투표를 통한 선택에 따른다. 동시에 국민이 선택한 정권을 국민에 대하여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당연히 부적절한 결과가 있을 수 있고 집권당의 정책추구 방향이 객관적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는 그러한 실수나 실패가 범죄이거나 죄악은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그 정당의 지향과 이념에 동의하여 정권을 위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과 기대를 무시하고 정책의 시행에 붕당적 요소가 개입한다면 이는 상황이 다르다. 붕당은 정당과는 달리 공익이 아닌 사익, 객관이 아닌 독단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권을 담당한 주체가 지향하는 이념은 그 이념 자체의 구현이 아니라 이념을 통한 국익과 민복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 떵샤오핑은 이를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정리했다. 그는 중국의 정치, 정책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며 좋은 고양이는 검은색이냐, 흰색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쥐를 잘 잡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중국의 세계로 향한 굴기(屈起)는 이에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중국을 여행하는 세계인들은 그 엄연한 공산국가 중국을 전혀 공산국가로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일부 특정 변호사 단체, 특정 법관모임, 특정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관련부문 정책기관을 독점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들이 유능하고 청렴하고의 문제를 떠나 극히 경계해야 될 사안이다. 바로 붕당의 폐해로 이어질 개연이 있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권위주의 정치가 하나회라는 군사엘리트들의 붕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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