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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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
  • 관리자
  • 승인 2019.05.0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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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일본은 순식간에 피어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다가 순식간에 지는 벚꽃을 일본의 무사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이 꽃을 군국주의 상징으로 삼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군대가 주둔하는 곳마다 상징 꽃으로 널리 심었다.
봄이 오는 길목의 진해가 벚꽃 축제의 명소가 된 것이 그 좋은 예의 하나이다. 한때 일본 해군의 주요 군항이었던 진해에 그들이 대규모로 벚꽃을 심은 결과인 것이다. 일본은 벚꽃을 그들의 군대 주둔지에 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외교와 정치에 적극 활용하였다.
1910년대에 워싱턴의 홍수조절지에 3000그루의 벚꽃을 심어 이제는 워싱턴이 벚꽃의 명소가 되었고 그 꽃이 필 무렵이면 워싱턴의 벚꽃동산은 만개한 벚꽃의 정취를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북적이게 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욱이 우리의 궁전을 훼손할 목적으로 창경궁에 식물원과 동물원을 만들고 거기에 대대적으로 벚꽃을 심어 창경원 야사쿠라놀이에 흠뻑 빠지게 한 것도 결국 의도적인 정치행위였다.
벚꽃의 원산지가 우리 제주도이며 그 제주도의 벚꽃을 백제인들이 일본에 전래하였다는 고증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 고증이 타당하다 하여도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도처에 만발하게 된 벚꽃을 우리 것으로 우기기에는 조금 옹색하게 느껴진다.
아무리해도 결국 벚꽃을 사랑하여 이를 봄꽃의 상징으로 만든 것은 결국 일본인들이고 벚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조차도 벚꽃에서는 무엇인가 일본적인 정서를 느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 피는 꽃은 모두 우리 꽃이다. 비록 이 땅에 들어와 뿌리 내린 시한이 짧더라도, 또는 그 꽃이 더러는 우리의 생태계에 이롭지 않은 존재라 하여도 이 땅에 자리 잡은 꽃은 모두 우리 꽃이다.
그러니까 우리 길가와 정원에 피는 벚꽃도 우리 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정작 우리 꽃 무궁화가 제철이 되어도 눈여겨보지 않으면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저렇게 우리 마을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심기는 벚꽃을 바라보는 심기가 마냥 편치만은 않다.
이제 우리는 나라를 되찾은 지 80년 가까이에 이르고 아무도 우리에게 벚꽃을 심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광복된 땅에서 왜 우리는 우리 손으로 이 꽃을 이렇게나 많이 심고 있는 것일까?
의정부 중랑천 변에 올해도 벚꽃이 만발하고 그 아름다움에 들뜬 것도 모자라 올해는 그 꽃그늘에 급히 성대한 <벚꽃축제>가 열렸다.
그 자리에 구름같이 모인 인파를 보며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접히는 것은 올해가 굳이 삼일구국항쟁,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내가 지나치게 옹졸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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