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순국장병들을 위한 오바마의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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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순국장병들을 위한 오바마의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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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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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2009
109일 아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백악관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그 행렬을 본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를 방문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바마는 그날 그곳에서 자동차 연비 개선에 관해 연설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바마는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백악관은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낮 1230분으로 예정됐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도 갑자기 취소됐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 때문인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모든 이들의 추측과는 달리 그 시간 오바마는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가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공격으로 숨진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장병들의 유해를 직접 맞기 위해서였다.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다른 어떤 일정보다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을 위한 일정을 우선한 것이다.
유해는 2대의 대형 수송기에 실려 새벽 4시 공항에 도착했다. 오바마는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등과 함께 수송기에 차례로 올라 전사자들에게 예를 표시했으며, 유해가 운구 되는 동안 내내 거수경례로 그들을 맞이했다. 이어 인근 건물로 가서 250여 명의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운집한 군중도 몰려든 취재진도 없는 캄캄한 꼭두새벽, 대통령이 조국을 위해 헌신한 나라의 아들들이자 자신의 부하들을 맞이하는 진정어린 모습이었다.
20187월 해병대의 작전헬기 마린온이 작전 중 추락해 5명의 해병 용사가 순국했다. 그리고 포항 해병1사단에서 거행된 영결식에 청와대를 대표하여 참석하려 내려 온 국방개혁비서관이 유족들에 의하여 영결식 참석을 거부당했다. 유족들은 김 비서관의 방문에 대해 공식적인 조문 일정은 전날로 끝났다며 분향소로 향하던 김 비서관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길을 막아섰다. 조문기간 내내 공식 조문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국군통수권자에 대한 아픈 항의의 표시였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해병대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동료들에 의하여 유해가 운구되고 영결식장이 진행되는 동안 순국한 용사들의 생전 사진이 영상으로 띄워졌다. 자신이 지금 여기에 왜 와있는지 그 의미를 알 리 없는 어린 딸이 영상을 보고 앙증맞고 귀여운 목소리로 반갑게 외쳤다.
, 아빠다!”
영결식에 참가한 모든 이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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