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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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 관리자
  • 승인 2019.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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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

요즘 고민하던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 최근 증인이라는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후기처럼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영화였다.
영화는 고요한 마을에서 한 노인이 사망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사인이 자살인가 타살인가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이 일고, 이 가운데 유일한 목격자 지우의 증언이 증거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에 초점 맞춰진다. 피의자가 무죄라고 믿는 변호사는 지우의 자폐성향을 정신질환이라 서슴없이 말하며 우리의 편견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편가르기에 익숙하다. 나와 다름을 종종 구분지으며 내가 속한 집단이 정상이고, 우성이길 바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너무도 명백한 진실을 종종 간과하면서.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 소통해야 한다고 누누히 듣지만, 정작 체화되지 못한 채 우리의 낮은 자존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나의 이익을 위해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라는 물음에 뜨끔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하고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합리화한다. 오랜시간 신념을 지켜오면서 현실의 부당함을 꼬집으며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와 지켜왔던 신념을 접어두고 현실을 받아들인 변호사가 대비된다. 무엇이 더 합리적이고 더 좋은 선택인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가짜 자존감을 강요하는 사회임을 알면서도 막상 옳다 믿는 바를 선택해 그것을 위해 매순간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비웃음거리가 되고, 제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오지랖만 넓다는 비아냥을 듣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기운빠진다.
나는 말을 잘 하지만 변호사는 될 수 없어요. 하지만 증인이 되어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요.” 변호사가 꿈이었던 지우. 그러나 쿨하게 그녀의 현실을 인정하며 현재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지우는 진실을 밝히는 최고의 증인이 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선듯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지우는 그후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전학한다. 지우가 학교생활에 관해 한 말이 무척 인상적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지우가 정상처럼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나답게살아가지 못하게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고 암묵적으로 린치하고 있었던가? 온갖 구분짓기의 기준으로 규정된 정상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지칭할 수 있는지조차 파악할 능력도 없으면서.
이 영화가 양주시 샘내에서 촬영되어 무척 반가웠다. 어떤 연고가 있어 로케장소로 낙점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내겐 스치는 몇 장면이 있다. 장애를 가진 친구를 포함해 전교생 모두가 참여해 이어달리기를 하던 학교운동장. 편견없이 다름을 쿨하게 인정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이미 알고 있던 아이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던 가슴뛰던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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