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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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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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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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1295년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는 <대자문회의>를 소집했다. 그가 징수하려는 세금의 원활한 집행을 위하여 각 지방, 도시 대표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자문회의>는 얼마 후 참가의 주된 계급층인 중산층 대표들이 정책에 관하여 왕을 제외하고 자기들만의 토의 관행을 만들게 되어 1297년에는 웨스트민스터 수도사 집회소에서 <그들만의 만남>이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영국 하원(Commons)의 탄생이었다.
결국 의회란 국민을 위한 권력 견제 기관으로서의 기능이 본래의 목적이었다. 따라서 영국의 의회는 왕의 통치 권력을 견제한다는 의회의 기능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회를 제한할 어떠한 장치, 심지어는 헌법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의 국민은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지역구를 대표하는 650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며 이 하원의원을 다수 배출한 정당의 당수가 국왕의 의뢰로 내각을 구성하게 되는데 의회는 국왕이 소집하지만 왕은 의회에서 개회발언을 하는 외에 그 어떤 발언권도 없다.
의회는 의장석을 중심으로 여당과 야당이 마주 앉는다. 진지한 토론을 위한 장치이다. 그리고 법안의 심의 및 국가 정책 전반에 관한 무제한의 발언이 진행된다. 상대방 발언에 대한 야유와 반대는 물론 때로는 고함과 함성을 지르지만 이는 서로의 발언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까지가 한계이다.
서로의 야유와 고함이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되면 의장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면 모든 의원은 일체의 발언과 고성을 즉시 중단하여야 한다. 의장이 일어섰는데도 계속 야유를 진행하면 그 때 의장이 지팡이로 바닥을 친다. 그래도 적대적인 발언을 계속하면 즉시 의회경찰이 출동하여 해당 의원을 체포하여 의회 감옥에 가둔다. 물론 가두는 시간은 몇 시간 정도로 냉정과 이성을 되찾을 시간을 주려는 것이 목적이다.
야당과 여당의 자리는 약 3m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이 거리는 초기 의회에서 칼을 빼어 상대 의원을 해치지 못하도록 간격을 확보하는 장치이며 동시에 여야의 자리를 구획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선을 넘는 것은 자기의 진영을 떠나 상대 진영에 합류한다는 정치적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영국의 의회에서는 의원들에게 이 정도까지 의원의 정치적 입장을 확보해 주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제한 없이 발언하고 토론하고 야유하고 고함지르는 것이 의원의 권한이며 이를 통하여 국가의 통치 권력을 견제하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의원의 의무인 영국의 국회는 이로써 아직까지도 세계 의회민주정치의 모범이며 근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견제와 비판을 받아드려 합리적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은 영국 권력담당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미국의 의회 역시 하원과 상원은 각각의 의원과 소위원회, 그리고 각원과 상하합동회의에 이르도록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이에 바탕한 정견의 자유로운 발표와 토의이다. 그리고 그 소견과 발언의 결과에 대하여는 국민이 판단하고 다음 선거에 반영하는 것이다.
품위를 잃은 발언과 격조 낮은 태도를 국민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영국 의회의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명확하게, 간결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발언하는 능력과 훈련이다.
일전 우리 국회에서 벌어진 야당 대표의 발언을 둘러싼 소란을 보며 70년 가까운 이 나라의 국회 수준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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