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트럼프의 협상술로 본 미·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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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트럼프의 협상술로 본 미·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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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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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조용만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2월호에 의하면 북한의 2018년 중국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87% 줄고, 수입은 33% 감소하여 대외무역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이 '붕괴' 수준인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주장이 맞다면 김정은은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이번 제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유엔의 경제제재 완화라는 선물보따리를 가져가려고 했을 것이다.

남한 역시 잠시 휴지기에 있던 남북대화가 다시 본격화하고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 남북경제협력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라고 자청했던 것이다. 그리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남북한 간에 평화협력 공동체, 경제협력 공동체 및 경제공동위원회 구성을 근간으로 한 신한반도 체제 건설이라는 장밋빛 구상을 하고 이를 추진할 청와대 참모까지 인선을 했던 것이다.


이처럼 남북한 지도자의 기대를 모았던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은 No Deal(합의 실패)이라는 허무한 결말로 끝났다. 트럼프 역시 러시아 스캔들때문에 국내정치 상황의 국면전환을 위해서 북한카드가 절대 필요한 데도 불구하고 왜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잘 알려진 김정은의 협상 전략전술은, 남한을 겨냥하는 것처럼 하면서 미국을 겨냥하는 성동격서 전략’,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벼랑끝 전술’, 하나의 이슈를 쪼개서 각 단계마다 대가를 얻어내는 살라미(salami) 전술’, 진실과 거짓을 뒤섞어 적을 혼란에 빠뜨려 실책을 유도하는 무중생유(無中生有) 전술독재자의 특성 상 ‘Top-Down방식의 선호 등이 있다.

한편 트럼프의 협상전략은 1987년에 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유추해 보면 도박사의 가면을 쓴 꼼꼼한 회계사로서 사소한 것도 챙기기,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로 위기 방지, 관료주의에 대한 원천적 불신을 전제로 강력한 제안을 먼저 던지고 상대방을 떠보는 제압전략과 협상에서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전술을 종종 사용한다.


이는 내가 가진 협상조건과 무기, 상대방의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용 가능한가와 시간 등을 고려하여 거절과 합의를 선택하는 전술을 말한다. 이런 점들을 바탕으로 이번 협상을 분석해 보자

첫째,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살라미 전술을 사용했다. 영변 핵시설을 파괴할 테니 경제제제 중에서 일부만 해제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받아드릴 경우, 이후 북한이 또 다른 요구를 계속 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불확실성 회피, 위기방지 모드가 작동된 것 같다. 둘째, 김정은과 트럼프는 관료주의 불신과 통 큰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하여 Top-Down 협상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실무협상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정상들이 서명만하는 국제적인 외교관례를 무시하였기 때문에 실패의 한 원인이 된 것 같다.

셋째, 북한의 무중생유 전술이 통하지 않았다. 북한은 1차 북미협상 때처럼 쓸모없는 풍계리 시설을 폭파하고 이번에는 영변 핵실험장을 폭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영변 이외도 강선, 산음동 등 다른 핵실험장이 있다는 것을 제시함으로써 이 전술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넷째, 미국은 BATNA로 협상의 득실을 계산한 결과 small deal보다는 차악을 선택함으로써 나쁜 합의보다는 낫다라는 국내의 평가를 얻고 차후협상을 대비한 제압전략으로 김정은을 당황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은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은이 잃기만 하지는 않았다. 북한 주민들에게 불철주야 노력하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었고 국제무대에서 초보자지만 최강국을 상대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했다. 또한 문대통령도 남북·미간에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낙담보다는 신중모드로 남북관계를 더 견고하게 멀리갈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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