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진정한 파사현정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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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진정한 파사현정이 되려면
  • 관리자
  • 승인 2018.01.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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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결산한 교수신문이 선정한 단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이는 사악함을 깨뜨리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인데 중국 수나라 때 불교 서적인 삼론현의(三論玄義)’에서 유래된 용어다.

한국은 2017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새 대통령 선출 등 파사를 위해서 국민들의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 파사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현정은 현 정권이 추구하는 희망으로 보인다.

파사현정을 하려면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개인, 사회, 국가의 원칙과 기준이 바로 서야 그릇됨을 척결할 수 있다. 개인의 원칙과 기준은 각자 조금씩 다르겠지만 로마종교에서 추구했던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향주덕(向主德)이야 말로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이를 갖춘 사람이 구원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믿음, 희망, 사랑을 갖춘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사회 및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야 이상향을 향한 사회와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사회의 원칙과 기준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공동선(共同善)이 다수에게 펼쳐지는 것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사회를 풍자한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노르웨이의 헨릭 입센(Henrik Ibsen)이 쓴 사회의 기둥들(The Pillars of Society])’이라는 연극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도 공연되었는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 내용은 사회의 기둥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이면에 숨겨진 위선과 거짓, 음모, 그들의 욕망 안에 숨겨진 부도덕함에 전율을 금치 못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이 작품은 조지 그로스(George Grosz)1926년에 제작한 머리에 요강을 쓴 국가주의자, 머릿속에 똥이 들어있는 사민주의자 등을 그려 독일의 부패한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 같은데 이런 사람들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디에든 존재하는 것 같다. 또한 2015년에 개봉되었던 위선자들’, 2016년에 개봉된 검사외전’ 2017년의 도둑놈 도둑님등의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우리사회의 이런 단면을 잘 그려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파사는 권력 있는 사람들이 겸손하지 못하고 돈 있는 사람들이 갑()질하며 정경유착으로 공정성을 파괴하여 부익부 빈익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정치권에서의 파사 모습을 살펴보면 여당은 적폐청산을 한다하고 야당은 과거청산의 미명하에 정치보복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자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들쑤시는 것인지 진정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한 것인지 영악치 못한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거기다가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뻥뻥 쏴대고, 310여명의 이재민을 낸 강릉과 삼척 및 상주의 산불, 29명을 앗아간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수능을 하루 앞둔 포항의 진도 5.4 규모의 지진,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 버스기사 졸음운전사고, 남양주 크레인 붕괴사고, 13명이 숨진 인천 낚싯배 전복사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의 사망사고 등이 모두 사회 곳곳에는 원칙과 기준이 없고 제도적 병폐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국가와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나 묻고 싶다.

현정(顯正)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넘어 공정과 정의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불평등과 불공정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김정은도 설득할 수 있고 평창 올림픽도 성공할 수 있으며 국민들은 살기 위한 생존배낭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북한 도발이 없는 한해, 지진이 없는 한해, 화재사고가 없는 한해, 2의 세월호 사고가 없는 한해가 되어야 사람을 위한 경제도 성공하고 문 대통령이 신년회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와 국민안전을 염원하는 편안한 2018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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