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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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에 부는 바람
  • 관리자
  • 승인 2017.09.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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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72%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지율만 보면 논어 12장에 나오는 치국의 3요체(治國三要) 중에서 민신(民信)은 아주 좋은 편이다.

그러나 족식(足食)의 요체인 경제성장율을 보면, 최초 계획보다 높은 3%대를 전망하고 있지만 사드배치와 관련하여 중국의 방해로 관광객 감소와 중국 현지에서 롯대, 현대 및 기아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의 FTA재협상 요구가 수출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다. 또한 삼성그룹의 경영진들이 4~5년형의 판결로 리더십 부재가 우려되고, 기아 자동차의 정기상여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판결이 나면서 산업계가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되었으며, 소비자 물가도 5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여 족식(足食)은 불안감이 역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족병(足兵)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4강에 둘러싸여 숙명적인 난제들이 많은데 북한은 원자핵탄을 개발하고 화성 14호와 같은 대륙간 탄도로켓(ICBM) 발사 능력과 이에 장착할 수소탄 시험을 성공시켰다고 주장함으로써 남한은 이제 4강이 아닌 5강에 둘러싸이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족병(足兵)은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대통령들이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박대통령 때의 드레스덴 선언, 문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하여 국제사회에서는 어느 나라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고, 당사자인 북한 역시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오히려 한반도 주변의 4강은 코리아 패싱(passing) 현상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우방국과의 정책공조가 얼마나 중요하고 무력 없는 국력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역대정권들의 햇볕정책, 포용정책과 같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정책이 본의 아니게 북한 핵개발을 도와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있지만 중국의 정책적 실수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은 북핵을 관리하기 위한 6자회담과 유엔에서 전기, 중유차단과 같은 제재는 가하지 않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로 임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동북아 지역에서 유일한 핵보유국이었던 중국을 밀치고 북한은 제2의 핵보유국이 되었으며 중국이 달랠 수 있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미국과 직접 상대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베이징대 차오위즈(喬禹智) 박사가 말한 것처럼 중국은 동북아 유일의 핵 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우위도 상실하면서, 북한 인근의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개 성에 사는 3억 인구를 북한 핵무기의 위험 아래 놓이게 만드는 실수를 한 것이다. 또한 북한을 빌미로 일본도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고 남한도 사드가 문제가 아니라 전술핵이라도 배치해야겠다는 한반도 비핵지대 선언의 폐기 목소리가 나오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나 한국이 결국 핵을 보유해야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한반도를 포함한 모든 주변국들은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안보딜레마에 빠져 공포의 균형만이 유일한 해법이 되는 냉전의 회귀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 정치, 역사학자였던 틸리(Charles Tilly)는 국가의 발전에 전쟁이 미치는 영향을 깊이 연구한 The Formation of National States in Western Europe 이라는 책에서 국가는 전쟁을 만들었고 전쟁은 국가를 만들었다(States made war and war made the state)’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을 통해서 국가가 성장 발전하고 국가 또한 전쟁을 잘하기 위한 조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서유럽 국가들의 생성 발전을 연구하면서 밝혀냈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위정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국가안보에 대한 전략적 혜안 모색에 골몰하고 전술핵 배치라도 하겠다는 한목소리로 족병(足兵)에 최우선을 두어야 5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에 부는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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