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앞에 서는 무대가 가장 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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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앞에 서는 무대가 가장 큰 행복”
  • 김기만
  • 승인 2017.06.3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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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신문이 만난사람)웃음 전도사로 변신한 1세대 개그맨 김 민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환하게 웃는 얼굴에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김민 씨는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5년째 서울 종로구 청운양로원과 의정부 나눔의샘양로원등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서 자신의 장기인 개그와 노래로 두 시간 가량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죽을 때까지 어르신들께 봉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마지막 소원은 남북한 합동 경로장치 한민족대동제 얼쑤아리랑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750
명씩 4그룹으로 나눠서 뱃길, 항공, 육로, 철도를 이용해 남한 어르신 1500, 북한 어르신 1500명 등 3000명이 한자리에 모셔서 경로잔치를 하는 것입니다.”
경로잔치 인원을 3000명으로 결정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삼천리 금수강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발신자 이름이 없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 이름이 없는 모르는 전화번호였지만 혹시 신문기사 제보자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 바로 받았다.

한북신문 김기만 편집국장입니까? 저는 개그맨 김민이라고 합니다. 제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의정부에서 효 위문 공연을 합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취재 좀 올 수 있습니까. 중략. 좋은 일 하시는데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꼭 취재하러 가겠습니다.”라며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전화 통화로 첫 인연을 맺었다. 김민씨가 알려준 효 공연행사 날짜인 지난 519일 의정부시 민락동 543번지 나눔의샘양로원을 티맵에 주소를 입력한 후 출발, 오후 140분경에 도착했다.


효 공연시간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잡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눔의샘양로원에 입소해 계신 어르신 200여 명 가운데 100여 명이 이미 1층 로비에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효 공연은 김민 씨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가수 고영준, 김호평(유일)을 비롯해 악단장 강길성 등이 함께 출연해 개그와 노래로 어르신들에게 함박웃음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했다.

김민 씨는 국내 톱 개그맨들로 손꼽혔던 고() 김형곤. 이성미 등과 함께 1980TBC(동양방송) 공채 2기로 개그맨에 데뷔했다. 그는 1980년대 대표적 청소년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맡는 등 한때는 잘나갔다.


그러나 그해 말 전두환 정권에 의해 방송사 통폐합과 함께 방송가를 떠나면서 잊혀져간 이름이었다. 그 후 그는 넘쳐나는 끼를 버리지 못하고 유흥가를 전전하다 2004년에 당뇨를 앓기 시작해 녹내장(오른쪽). 백내장(왼쪽)으로 시력을 거의 잃었다. 지난 2006년 오른쪽 눈은 실명됐다.

그는 나의 눈은 멀어져도 노인들의 웃는 모습만 보면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한 것처럼 행복하다. 이것이 내가 존재하고 효 공연 등 행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라며 어르신들 앞에 서는 무대야말로 저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눔의샘양로원 효 공연에서도 김민 씨는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성대모사를 해 어르신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실명으로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던 김민 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웃음소리였다. 김 씨는 어느날 서울 종묘공원을 지나가는데 어르신들께서 비둘기처럼 삼삼오오 앉아 계셨다처연하게 느껴져서 성대모사 개그를 했는데 천진난만하게 좋아하셨다.”라고 밝히고 그때 어르신들이 내 개그로 행복해지면 내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살짝 귀띔했다.

김민 씨는 후배 2명 등 3명으로 지난 2004늘푸른샘이라는 봉사단체를 결성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늘푸른샘 멤버는 7(선후배)으로 늘었으며, 이들은 지금도 봉사에 필요한 기금 마련을 위해 라이브카페, 나이트클럽 등 야간업소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

1980년대 결혼한 김민씨는 슬하에 11녀를 두고 있다. 종교는 기독교로 현재 서울 중랑구 신내동 소재 묵동성결교회(담임목사 문교수)’에서 20년 전 집사 직분을 받아서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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