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의 땅이름 -60)귀락(歸樂)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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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의 땅이름 -60)귀락(歸樂) 마을
  • 김추윤
  • 승인 2017.06.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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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윤 논설위원·신한대 중앙도서관장


의정부시 자일동에 가면 귀락(歸樂)마을이 있다. 옛 경기도 양주군 시북면 귀락리(歸樂里) 지역이다.
포천시 소흘읍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의정부 최북단에 자리잡은 마을로 약 4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마을이다.


지명유래에 대해서는 두가지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첫째는 이 마을을 개척한 사람이 박해문(朴海文)이고 그가 평안도 도사를 지내다가 이곳에 정착하여 그 후손들이 퍼져서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따라서 그가 이곳에 돌아와서 여생을 즐겁게 지낸다(歸鄕樂業)’라고 하여 이 글귀에서 두글자를 따서 귀락(歸樂)이라고 하였다 한다.

실제로 귀락 마을에는 박해문(朴海文)의 묘소와 비문이 남아있다. 그런데 비문에는 박해(朴海)로 나와 있어서 후세에 사람들이 비문의 글자가 오래되어서 판독시 잘못하여 박해를 박해문으로 읽은 것이다.


그래서 1999년 박해의 후손들이 기존 묘비 옆에 새 비석을 만들어 세웠다. 이때 가문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보승(譜乘)을 참조하여 기존 비문에서 판독이 어려웠던 글자를 보완하여 새로 세운 것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박해는 충주 박씨이고 그의 증조부는 박인범(朴仁範), 조부는 한성 서윤(庶尹)을 지낸 박간, 아버지는 박사건(朴士建)이다. 그는 1562(선조)에 태어나 1606(선조39) 문과에 급제한 후에 승정원 주서에 임명되었고 다음해에는 한림에 올랐다. 그러나 광해군 때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하였다가 인조반정 이후 다시 한림에 복직하여 사서와 지평, 교리 등을 역임한 후에 평안 도사 겸 도원수종사관에 임명되었고 1629(인조7) 60세의 나이로 임지에서 죽었다.


오늘날 귀락 마을에는 박해의 후손들인 충주박씨들은 없고 의성 김씨, 밀양 박씨, 천안 전씨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옛부터 판서댁으로 불린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99칸 저택은 대대로 박해 가문들이 살던 집으로 그 후는 양조 조씨, 오씨 들이 소유해왔다. 따라서 박해가 귀향해서 마을 이름을 귀락이라고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 증명해 주고 있다. 현재 대저택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근대적 흔적을 품고 있는 유서 깊은 귀락마을도 조만간 두 동강이 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2012년 승인된 구리-포천간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하게 되어 소중한 역사의 현장이 아쉽게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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