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가리’ 역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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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꽹가리’ 역마차
  • 김종보
  • 승인 2017.06.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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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보 논설위원·소설가


오늘도 주인은 마부에게 한 눈 팔지 말고 부지런히 손님들을 맞이하라 일렀다. 이유는 앞전의 마부가 허영심에 불타 역마차를 황금마차로 꾸며 달라 했을 때 망설였었는데, 후에 들어온 마부 역시 생떼를 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없는 형편에 역마차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마부가 이렇다 할 돈을 벌지 못하자 큰 고민에 빠져 들었다.

그 마을은 풍경이 아름다워 외지로부터 찾아드는 행락객은 많았으나, 공교롭게도 다른 수레나 달구지가 이미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 처음부터 주인은 마부가 주장하는 요구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다만, 주인은 마부가 배짱으로 황금마차에 손님을 가득 태워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며 호언장담하자, 평화로운 희망의 거리에 말방울만 울리지 말고 바쁘게 손님을 찾아다니라며 채찍 했다.

임금은 그날의 손님이 이용한 수 에 따라 주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주인과 마부사이에 언쟁이 오가는 다툼이 일어났다. 마부가 무지 하다 보니 적반하장으로 주인에게 역마차를 이용할 손님을 헤아리지 못하고 값비싼 마차를 준비했다며 볼멘소리를 해대자 주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마부는 한 술 더 떠 고생한 만큼 임금이 적다며 들이대자, 이 광경을 바라보던 마을 주민 한 사람이 마부에게 다가갔다.

마부, 네 이놈! 네가 주인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그 날 네 주인이 황금마차를 주문하러 갔을 때 우연히 내가 옆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 이놈아! 여기가 어디라고 지금 꽹가리같은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거야!” 마부는 할 말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지금 이야기의 한 토막 같은 현실이 행복도시에서 일어났다.

의정부 경전철 파산 해법을 둘러싼 갈등을 놓고 주인과 마부 사이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지시지급금을 놓고 초상집 마당을 찾아와 빚잔치를 벌이자며 들이대는 마부와 주인의 갈등이기 이전에 실패운영에 따른 투명한 원인규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칫 국정농단의 쓰나미가 지방혈세 농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행복도시 시민들의 그늘진 주름에 탄식하는 저, 청보리밭 고랑마다 터져 나오는 한숨 소리가 일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도자의 치적 업적위주에 의한 영웅적 포퓰리즘으로 인해 혈세낭비가 불가피한 오늘의 현실에서 그 누가 신뢰를 잃은 마부에게 면죄부를 던져 줄 것인가.

시민들이 곳간이 비워지는 현실을 걱정한 나머지 적자운영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지금 이 사태를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쯤이면 청지기로서 감시활동을 했어야 할 행복도시 의원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 민족에게 사물놀이는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표상이 되어왔다. 그 중 꽹가리는 공동체의 상생을 염원하는 평화의 소리다.

행복도시거리를 평화롭게 울려야 할 경전철이 불협화음으로 인해 존엄하고 신성한 꽹가리를 깨트려 와해를 불러오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다.

이미 행복도시에는 문명의 역마차들이 수없이 거리를 누비고 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부가 주인을 무시한 채 아집과 군림에 의해 추진한 결과가 오늘의 화를 자초한 것이다.

오늘의 행복도시사태에 대한 전임자 후임자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대립의 경계를 뛰어 넘는 결자해지의 무기를 들고 나와야 할 것이다. 이 시대 잘못된 리더들이 문명의 꼭두각시가 되어 화려한 치적 업적 주위로 무리하게 욕망을 쫓는 독단적 운영에는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태초의 역마차는 직립 보행하는 인간을 화려한 공중에 띄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다주는 운송수단에 불과했다.

무모한 유토피아적 망각에 사로잡혀 분수를 모르는 리더의 치적주의가 낳은 오늘의 의정부 경전철 사태에 따른 원인과 책임소재가 강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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