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텔 어 라이!(Don’t tell a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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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텔 어 라이!(Don’t tell a lie)
  • 권영일
  • 승인 2016.12.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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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신한대학교 교수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의 두려움에 질린 외침이 동네로 전달되었다. 동네 어른들이 헐레벌떡 몽둥이를 들고 뛰어 왔지만 늑대는 없었다. 혼자 있자니 무서워 헛것을 보았겠지 싶어 어른들은 안심하며 돌아갔다.

그러나 양치기 소년은 동네로 내려가는 어른들을 보며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 두번째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 고 거짓으로 외쳤다. 동네 어른들은 다시 헐떡대며 뛰어 올라왔다. 그러나 늑대는 없었다. 어른들은 양치기 소년이 괘씸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양치기 소년은 내려가는 어른들을 보며 더 의미 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세번째 거짓말을 기대하며. 그러나 얼마 후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 는 절박한 외침이 동네까지 들렸지만 어른들은 올라오지 않았다. 양뿐만 아니라 소년도 늑대의 밥이 되었다.


이 교훈은 사람이 여러 번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는 이솝 우화이다. 필자가 약간 각색을 하였지만 이솝 우화의 내용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청문회는 모르쇠로 일관되는 거짓말 청문회이다. 정말 몰라서 사실과 다르게 답변을 할 수 있겠지만 삼척동자가 끄덕일 사안을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처하던 권력자들 입에서 거짓으로 듣자니 정말 짜증스러운 청문회이다.


국회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증인들의 거짓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심증만 갖고 있지 결정적인 한방이나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모르쇠는 그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거짓말 특권이다.

재벌총수들이 출석한 청문회에서도 역시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거짓말은 이미 그럴 것이라고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뻔한 결과 때문에 더욱 부아가 치민다.


비정상적 상황일수록 최고경영자 즉 오너의 오케이가 없으면 불가한 것이 조폭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우리나라 재벌들의 특징이다. 절대권력을 쥐고 비정상적 행태로 결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미꾸라지 같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생존본능 역시 거짓말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치권의 거짓말도 가관이다. 나라를 걱정하고 국정혼란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들의 태도와 자세는 오히려 반대로 비춰진다. 그래서 더욱 국민을 더 부아 돋게 한다. 이들은 불나방이 불을 쫓아가듯 똑같은 행태를 보이면서 희망을 찾아가는 거라고 거짓 날개짓을 하며 애끓은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모습은 막장 그대로다. 책임지는 자세 없이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거짓말과 거짓 행태로 국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특히 혁신과 통합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친박계의 행태는 더욱 그러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정당성을 부여하고픈 그들의 권력욕으로 인해 온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이제 반성과 내려놓음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정리 해봄직도 하건만 뚫린 입으로 거짓을 외치며 오히려 국민들을 원망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늑대가 나타났어요!’ 왜 국민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세요.”

거짓말의 끝판왕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정농단을 야기한 최순실 문제가 심각하게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오자 느닷없이 개헌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1, 2차 대국민담화, 이런 자신의 진심을 믿지 않는 국민을 원망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거짓 소신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짓말과 거짓행태를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구조가 사람의 삶을 어떻게 처절하게 파괴하는지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배웠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도 그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유치원생이 배우는 이솝 우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Don’t tell a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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