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우리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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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우리 가까이에 있다
  • 강태경
  • 승인 2016.11.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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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경 효천건축사사무소 대표·경기도 건설기술심의위원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이후 수백차례 이어지는 여진으로 나라가 온통 공포와 불안에 싸여있다. 1978년 홍성에서 강도 5.0의 지진이 발생한 이래 최고의 강진이다.

1995년 일본 고베에 강도 7.2의 지진이 발생하여 6000여 명이 사망하였고 2008년에는 중국 쓰촨성(四川省)에 강도 7.9의 강진이 발생하여 9만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였으며 2011년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불러온 강도 9.0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여 2만여 명의 사망·실종자를 내는 등 인접 주변국가의 계속되는 강진으로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잦은 지진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비교적 지진에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경주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발생한 지진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강도 5.8의 지진이었지만 일부 주택이 파괴되고 문화재가 손상되는 피해가 발생하는 등 실제 지진에 의한 피해를 경험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지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현상이고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인간이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1978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강도 3.0 이상의 유감지진이 연9회 정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피해를 유발하지만 화재나 폭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또한 막대하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6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하도록 건축법에 내진설계 규정이 실질적으로 처음 도입되었으며 지금은 3층 이상 연면적 500이상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설계나 시공과정에서 건축물에 적용되는 하중인 건축물의 자중과 적재하중 등 수직하중에 대한 규정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지진에 의한 하중인 수평하중(횡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근 양과 벽체의 양이 늘어나야하는데 이것은 설계비나 공사비의 증액이 수반되므로 공사비 절감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많은 경우의 건축주들은 내진설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1988년 내진설계 규정이 도입된 이후 전문성을 갖춘 건설업체에서 시공하는 대형건축물이나 고층건축물은 내진설계 및 시공에 대한 규정이 비교적 잘 적용 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영세한 시공자와 건축주들에 의해 건축되는 저층의 소규모 건축물은 내진설계 규정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실제 지진 발생 시 저층 소규모 건축물의 붕괴로 인한 서민들의 재산과 인명피해는 더욱 심각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대형 재난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원인은 하나같이 사소한 규정을 무시한 결과로 밝혀지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선진국의 문턱에 와있는 국가의 국민이라고 믿기 어려운 부끄러운 모습이다.


경주지진 이후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진 대피훈련도 많은 참가자들이 수동적으로 임해 실질적인 훈련이 되지 않았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지진에 의한 도로, 교량, 건축물 등 시설물의 붕괴와 그로인한 인명피해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만큼 막대하고 무참하다. 지진의 1.0 강도 증가는 30배 이상의 에너지 증가를 의미한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바로 우리에게 강도 6.0, 7.0의 강진이 올 수 있다.

기존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건축주들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내진 성능을 조사하고 성능보강을 해야 하며 새로 지어질 건축물들은 내진설계 규정 등 관련규정을 준수하여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지진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피훈련 등도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강진이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는 듯하다. 지진 등 대형 재난에 대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은 당연히 철저히 갖춰져야 하지만 우리 스스로 지진이나 재난에 대응하는 인식의 전환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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