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배우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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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배우는 교실
  • 이인숙
  • 승인 2016.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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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부용중학교 교장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인간을 위축시키는 불안이든,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히는 신세계이든 교육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대학입시에 함몰되어서 창조적 발상과 호기심에 의한 동기 부여의 즐거운 학습을 잃어버린 채 공부벌레이거나 공부기계가 된 청소년들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교실 풍경을 새삼스럽게 개탄하며 한국교육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초·중학교의 교실 풍경은 많이 바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부터 시작한 혁신학교의 학생 참여, 배움중심의 수업과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자유학기제정책은 교실을 한결 생동감 있게 만들기 시작했다.

정책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란도 있을 수 있고 문제점들이 나타나기도 하겠지만,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문제점들은 차츰차츰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학생들이 참여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모둠학습이 학력을 저하시킨다느니,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손해라느니 하는 말들이 오간다.

이는 아직도 암기한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산업화 시대의 학습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나 혼자 잘나야 한다는 서열주의 과거의 삶의 행태에서 한발짝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 생각들이다.

모둠학습을 통해서 학생들은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 공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물어 본다는 수업의 본질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묻고 학생이 대답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난다. 학생이 모르는 부분을 친구에게 물어보는 관계에서 수업은 단순 지식을 전달받는 답답함을 깨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동적인 토론의 장이 된다.


학생들은 그들이 각자 알고 있는 지식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 공식적으로 배운 지식과 직관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문제해결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탐구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고, 정교하게 다듬어 나간다.


협력하여 해결하는 그 과정이 서툴다고, 더디다고 교사가 다시 일방적인 지식을 주입식으로 쏟아 붓는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산업시대의 교육으로 퇴행할 것이다.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실패와 실수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학습의 씨앗이다. 자기 인생을 디자인하고 책임 있게 이끌고 가꿀 역량의 단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현재 학교교육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3의 미래저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한국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오래 전에 이미 한국교육을 비판하였다.

교실에서부터 호기심을 동기로 능동적인 학습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그 실패가 결국 성공을 만들어 내는 생산적인 경험 자산임을 배울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누가? 바로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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