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신고립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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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신고립주의인가?
  • 남궁랑
  • 승인 2016.07.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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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랑 경복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두고 신고립주의의 서곡이라며 세계 주요국의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투표 전날까지만 해도 불안하긴 했지만 세계 언론들은 간발의 차이로 그래도 잔류를 택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낙관했으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되었고 이튿날 세계주식시장에서는 시가총액 2346조원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영국이 유럽의 일부여야만 하는 이유 3가지를 대라고 한 말이 근소한 차이를 뒤집는 촉매가 되었다는 여담은 믿고 싶지 않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넥시트(Nexit, 네덜란드), 옥시트(Auxit,오스트리아), 프렉시트(Frexit, 프랑스)를 넘어 EU붕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금융위기와 난민수용 문제 등으로 EU에 불만이 컸지만 탈퇴 공론화를 망설이는 몇몇 회원국들에 빌미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사적 흐름이던 글로벌화가 퇴색해가는 징조이며, 과거 위기와는 달리 글로벌화와 국경 없는 무역을 통한 세계 공동번영이라는 지금까지의 글로벌 경제질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서막이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브렉시트로 촉발된 신고립주의가 기존 경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 되어 EU의 다른 국가들이나 미국 등으로 확산된다면 향후 다가올 글로벌 실물경제의 침체의 늪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오래동안 지속될지도 모른다.


브렉시트는 그저 단초였으며 빙산의 일각이었고 반 글로벌화·신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여 세계경제에 만성 경제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브렉시트가 이와 같은 기존의 글로벌 경제 질서를 변경시키는 단초가 된다면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브렉시트의 가장 큰 원인은 EU결성으로 인한 이민자 증가와 그에 따른 일자리, 복지를 위협한다는 반 이민정서라지만 그 정서의 더 뿌리 깊은 내면에는 영국내부의 빈부격차라는 사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철의 여인이었던 대처 수상이래 개혁·개방정책으로 영국의 발전을 가져왔으나 이 과정에서 소외된 런던 시민들이 분노를 터뜨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8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경제적 약자나 낙후지역 유권자들이 똘똘 뭉쳐 몰표를 던지는 이른바 트럼프 열풍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글로벌 경제환경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여 많은 후발 개도국들의 벤치마킹 국가가 되었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연설기회마다 언급하는 세계 리딩 국가로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햇볕이 강하면 그늘도 깊게 드리우는 법이라 짧은 기간동안의 많은 발전은 여러 가지 그늘을 만들었다.


현재 노인빈곤율이 OECD국가중 최악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고 대학생 등 청년들이 취업처를 찾지 못해 졸업생이 아닌 휴학생을 양산하는 환경이다. 이미 30%가 넘은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해가 갈수록 더 늘어나는데 비해 소수의 부유층은 그들의 특권을 이용해 그 들만의 부를 더 축적해 가고 있다.

매년 3%내외의 낮은 경제성장률이지만 그나마 이 3%성장분도 대부분 근로자가 아닌 경제적 특권층으로 배분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폭스바겐 자동차가 세계 주요국에서는 판매가 곤두박질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잘 팔린다는 사실이다.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당장 눈앞의 내 이익만 챙기는 중심 이기주의 성향이 월등하게 높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 환경을 국가주의로 전환시키는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내 이익보다 사회이익, 그리고 양극화 해소 및 공정한 배분 등을 통한 사회단합으로 보다 성숙한 민족의식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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