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보다 삶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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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보다 삶의 태도
  • 이인숙
  • 승인 2016.06.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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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부용중학교 교장

며칠 전 점심시간에 자홈에서 휴지를 주우며 학생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한 학생이 불쑥 다가오며 저 오늘 생일이에요한다. ‘어머, 축하해라고 웃어주었더니 이 학생은 좀 더 친근감 있게 말을 걸었다. “축하 선물 주세요


종례 후 교장실로 오라고 하였더니 정말 왔다. 귀여웠다. 학교생활을 주제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나는 그 학생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작은 목소리로 없어요라고 말한다.


나는 꿈이 없어도 괜찮다, ‘꿈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이고,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정의감이라고 대화를 마무리하였다. 그 학생은 내가 전해준 작은 선물을 들고 활짝 웃으며 교장실을 나갔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그 꿈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청소년기의 꿈은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로 지금의 자기자신을 한 단계 이끌려 올려 주는 좋은 기제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청소년기에 꿈을 가졌었는가. 우리 세대는 그런 꿈을 가지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강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을 갖지 않았어도 우리 세대는 사회가 팽창하고 산업이 발전하며 일자리가 쏟아지는 시대를 만나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 청소년 세대가 살아야 할 삶의 토대는 우리와 너무 다르다.


사회와 산업의 물적 토대는 더 이상 확장과 개척이 어렵다. 그것이 현실이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은 사회적 출세나 물질적 성공을 의미한다. 그런 출세와 성공의 길은 이제 더 이상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아니다.

지금 청소년 세대는 우리 세대와 꿈의 내용과 결이 달라야 행복해질 수 있다. 더 이상 어른 세대가 알고 있는 의미로서의 을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좌절감으로 내몰리지 않아야 한다.


꿈도 없이 어떻게 사냐고 하지 말자. 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노래를 잘 한다고 모두 가수가 될 수도 없고, 의사가 꿈이라고 모두 의사가 될 수도 없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진실이지만, ‘노력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말은 위선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을 통해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그 일에서 작은 즐거움이나 보람을 얻을 수 있고, 그 일의 성격과 상관없이 인격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회적 평가와 외부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다 해도 이웃과 아름답게 공존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미삼아 즐기는 잔잔한 기쁨에 눈뜨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청소년들은 점수 일점 올리기에 연연하며 피폐해진 영혼으로 골방에서 자학을 일삼거나 약자를 향한 폭력을 자기 존재의 확인으로 여기는 우울한 십대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것이다.


꿈을 품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서 도전하는 청소년들을 격려하되, 꿈이 없는 청소년을 패기가 없다고 나무라지 말고 그들을 보듬어야 한다. ‘이라는 아름답고 멋진 말로 그들을 향해 더 이상 채찍질하지 말자.


이 시대 어른들이 할 일은 청소년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존재를 긍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회의 약자를 위로하며 일상의 소소한 정의를 위해서 노력하는 평범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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