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과 영입? 선거의 본질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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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과 영입? 선거의 본질을 찾아야
  • 허 훈
  • 승인 2016.02.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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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논설주간/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20대 국회의원선거가 4월 13일이니 두 달 남짓 앞두고 있다. 1948년 5월 10일 1대인 제헌국회를 시작으로 68년 만에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셈이다.

우리 국회가 그동안 국회의원의 4년 임기제로 해왔으니 단순계산으로는 17대 국회여야 하나, 그동안 한국전쟁, 5.16 쿠데타, 유신, 광주사태로 인한 국회해산으로 인해 정치상황이 불안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국회가 4년마다 안정적으로 구성된 것은 11대 국회(1981년 3월25일)에서 부터이다. 민주주의 선거는 국가발전의 척도이니,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온 우리 정치가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것은 경사라 할만하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조롱당한 한국의 정치발전수준이 이제는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축하하는 것은 9월 폭풍우 잠시 그친 틈을 보고 추수를 계획하는 서툰 농부만큼이나 자발없는 노릇이다.

정치에 그만큼 실망할 일이 많아서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맞을 텐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니 이게 웬 말인가. 대통령이 자신의 체통도 던져 국회를 원망하고, 심지어는 거리 서명에 나서기도 한다. 그 뜻이야 알겠으나, 통치권한을 위탁한 국민들로서는 대통령이 거버넌스의 정점에 서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실망스럽다.

TV에서나 보던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또 어떤가? 총선 때가 가까이 오니 지역의 이모임 저모임을 다니며 제 자랑을 일삼는 꼴을 보면 측은할 정도이다. 또 각 당마다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갈라서고 지역민들과 어깨한번 부딪혀 본 적이 없는 인사가 권력자와 인연을 외치며 나대는 꼴 역시 못 봐 줄 일이다.

여당은 경선을 한다, 야당은 인재를 영입한다 하며 서로 잘한다고 다투는 것도 총선본래의 목표를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총선에서는 지역을 대표하여 국가 대사를 논하고 결정할 국회의원을 각 선거구에서 뽑는 일이다. 그러므로 각 지역마다의 국정에 대한 의견이나 지역발전에 대한 염원이 밑으로부터 잘 결집할 후보를 뽑아야 할 터이다.

헌데 인재를 영입하여 전략공천 한다는 이야기는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때가 어느 때인데, 중앙당에서 내리꽂으면 그대로 국회의원이 되는가? 왕정시대도 아니고, 이조시대 현감 내려 보내듯이 국회의원후보를 내겠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정신 차려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마 경선 쪽이 나아 보이는데, 이게 또 가짜이긴 마찬가지이다. 여론조사(인지도조사), 후보면접과 컷 오프, 결선투표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공정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지역에서 한발자국씩 성장한 정치신인이 인지도(여론조사)에 앞서기 어려운데 이것이 가장 큰 평가요인이라면 정치놀음에 불과하다.

국민의 정치참여를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려면 당의 지역구 후보들이 유권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예비선거를 해야 할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현역국회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이 인지도에서 1위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해준다.

정치발전은 경선이냐, 인재영입이냐 하는 정치 공학적 수사에 있지 않다. 선량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들이 진실로 자신이 펼쳐나갈 정치를 내보이고, 자신이 후보가 되기까지 쌓아온 경륜과 도덕성을 검증받고,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 혹은 전문영역의 대변자가 될 자질을 내보이고 이를 유권자가 평가하는 구조로 가야한다.

헌데 진박이니 친박이니 하면서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만 믿어달라고 하거나, 자신의 지역구에서 정치적 동지는 없는데 중앙당 권력자가 손들어주는 데만 매달리는 현재의 정치수준은 딱하기 그지없다.

국민들과 같이 애환을 나누고, 국민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우리 사회를 한걸음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자세히 그 경력을 들여다보아 지역과 나라를 위해 충분히 실천해왔고, 도덕적으로 부끄럽지 않고, 자신이 출마한 지역을 성실히 대표할 수 있고, 중앙정치권력에 줄을 대기보다 자신이 대표할 사람들에 줄을 댄 후보를 뽑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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