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재판, 그 이후 2016년
상태바
예수의 재판, 그 이후 2016년
  • 서기원
  • 승인 2016.01.20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기원(의정부의료원 원목)


재판의 과정에서만 보면 예수의 재판은 변론도 존재하지 않는 즉심재판(혹은 인민재판)의 성격이 강하다. 빌라도는 다수의 군중들의 여론에 휘말려 성급하게 판단했다.

예수의 제자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자, 기득권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힘의 팽창을 막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예수는 이런 군중들의 여론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이 사실을 간과하고, 예수의 죽음에서 종교적 의미만을 읽어내려고 한다. 오늘날 예수는 대속(代贖)의 인물, 종교적 제의의 영웅으로만 남아 있다. 여기에는 2015년 전 과거의 역사 한 복판에 존재했던 예수에 대한 재판 절차는 망각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합법적인 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 재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 자신도 이러한 합리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그 옛날 팔레스타인의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나누고 비교하여 더 나은 대안을 찾는 방식을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자신이 가진 힘(권력)을 기반으로 약자를 억누르려고 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들을 ‘차이’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의 기회로 이용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주변사람들을 심판하는 ‘판사’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내리는 판단을 보면, 그 이유도 황당할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 말할 기회도 거의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서 ‘차이’의 관용이 아닌 ‘차별’의 재판에 의해 상처받고 희생당하고 있는가?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는 옛날 팔레스타인에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라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파니 좌파니 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고 있고, 지역 간의 갈등으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동일화의 논리에 따라 자신과 똑같이 되라고 남들을 강요하고 있다. ‘나’와 같지 않으면 ‘너’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모두가 재판관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의 재판 이후 2015년이 흐르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이를 차별의 기회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여론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과 재판을 통해 다시는 예수와 같은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6년 새해에는 네 이웃의 차이를 인정하는 삶을 살아보자!!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