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주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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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주년을 보내며
  • 허 훈
  • 승인 2015.12.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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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논설주간/대진대 행정학과)


이제 곧 있으면 올해도 마감이다. 사람마다 한해를 정리하는 가운데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필자로서는 지방자치 20주년이었던 올해를 보내며 나름의 소회를 이 지명에 내놓고 싶다. 한북신문의 사명이 지역의 발전을 향도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으로서의 보람역시 지방자치가 잘 발전한 가운데 커지게 된다.

되돌아보면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다시 시작할 당시 ‘지방자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산불도 못 끄고 구제역도 막지 못한다’고 하면서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세기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대단한 성공을 이뤄냈다. 후진적인 상태의 국가를 근대화시키는 역사적 소명도 완수했다. 그러나 21세기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는 더 이상 중앙집권은 유효하지 않으며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점차 제도를 보완하고 발전시켜 가면서 지방자치를 키워가자는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짧지 않은 세월 지방자치는 지방독재, 지방낭비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활성화, 국민행복시대, 국가개조 등 국가발전을 위한 국정의 파트너로서 적극 협력하고 지역마다 개성을 꽃피우게 하는 성과를 보였다.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10월 전국 총회에서 경제위기, 남북관계 갈등, 메르스사태 등 국가적 큰 고비 때 마다 주민과 지역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고 자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둘러싼 환경은 과거의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선자치 부활 당시 국세와 지방세 8대 2는 구조는 여전하고, 재정자립도는 44%에서 25%로 떨어 졌다.

반면, 영유아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 지방재정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은 상위법령의 근거나 위임 없이는 ‘주민안전’을 위한 조례 하나 제정할 수 없으며 행정조직도 기구정원 규정에 얽매여 지역실정에 맞게 운영할 수 없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철저히 예속되어 지역이슈는 없고 중앙정치의 구호만 난무하며 정당공천에 따른 폐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늪에서 벗어나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고, 우리 국토가 다양하고 다채롭게 개발되어 경쟁력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은 국가 미래발전을 위한 세계 석학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방자치 20여 년 동안 가장 큰 아쉬움은 중앙정치와 정부의 지방에 대한 여전한 불신과 반분권적 행태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내 눈 속의 대들보는 보지 않고 틈 만 나면 지방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중앙의 행태에 있다.

중앙언론 역시 중앙정치와 정부의 지방 길들이기에 편승해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공공사업이 실패하는 것에 지방의 책임이 크다’ 는 식의 보도를 쏟아 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는 지방총자산의 9.3% 정도인데 비해 국가예산은 GDP의 40%를 곧 넘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실패도 중앙정부 정책의 실패에 비하면 규모나 파급효과의 면에서 상대가 안 된다. 소위 애들 말처럼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나오게 생겼다.

지방을 비난하는 시각의 근저에는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가져온 강한 국가성(stateness)이 도사리고 있다. 조선시대의 중앙집권정부와 일제시대의 식민지권력지배, 미군정 등을 거쳐오는 동안 중앙이 지방을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유산이 자리 잡은 탓이다. 근대정부 수립이후에도 중앙집권주의 전통을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늘날 선진국치고 지방자치가 우리보다 못한 나라가 없고, 중앙이 지방을 수직적 통제하는 나라가 드문 것을 보면 극복해야 할 유산임에 틀림이 없다.

본격적인 성년의 시대로 접어드는 2016년에 중앙-지방관계간 권력의 균형이 잡히고, 지방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는 제도를 고치고 중앙과 지방이 파트너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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