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등학생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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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등학생의 편지
  • 제갈창수
  • 승인 2015.05.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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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창수 경민대학교 교수




지난 3월 경남 마산 태봉고등학교 1학년 이 모학생이 한 언론사에 편지를 보낸 내용이 지난 몇 년간 복지에 있어서 선별적인가 보편적인가 라는 문제에 좌우 이념의 대립까지 불러온 복지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는 세간의 화두가 되었다.

2012년 12월 20일 SBS 8시 뉴스에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이나 노인틀니 사업 같은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은 다시 없도록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고 발표하였다.

그 후 2년 뒤 2014년 11월11일 YTN 뉴스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발표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게 되었다. 경남에서 무상급식이 폐지된 후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이 저항하며 단식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뒤숭숭한 사회적 분위기를 느낀 이 모학생이 경남 도지사에게 편지를 썼다.

그 학생의 편지 내용을 세 가지로 요약을 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홍지사가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한 말에 대한 응답이다. 학교는 공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 전체가 담긴 작은 우주라고 했다. 마치 어른들이 가는 회사가 일만 하는 장소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하다는 것이다. 학교는 청소년들의 삶의 활동공간이며 생명이 약동하는 곳이다.

둘째 점심시간이 되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차별 없이 누구나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긴 배식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내의 법을 배우고 느리게 먹는 친구에게 속도를 맞추는 배려의 덕목을 배우며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힘도 식탁에서 키운다고 했다. 그런데 지사님은 학생들의 공부를 걱정한다고 하면서 공부할 힘을 빼앗고 있다고 했다.

셋째 한자리에 모여서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는 것이 기초적인 민주주의 교육이라 생각하며 잘 먹는 한창 나이에 점심은 잔치고 축제라고 했다. 사실 평등성과 우애심 그리고 협동심의 함양이 근본적인 민주주의 교육이며 민주시민의 덕목이다.

또한 가난한 아이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준다는 선별적 복지에 반대하지 않지만 낙인효과를 증명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은 진짜 가난한 아이가 되어 괴롭고 불편한 복지가 됩니다. 즐겁고 평등하게 같이 밥 먹는 급식소가 누구 밥은 3200원 누구 밥은 공짜라는 말이 나올 겁니다. 마치 밥값에 따라 그 아이가 차별되는 평가기준이 되는 것처럼 눈치밥을 먹게 될 것을 염려하는 듯 한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이 편지는 고등학생의 사고와 논리로는 너무나 탁월한 표현이며 진솔하고 소박하며 담담하게 드러낸 청소년들의 생각이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경남에 무상급식 폐지에 대한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의 저항에 대해서 경남도는 그들의 행태에 대해서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의 불순한 정치투쟁이며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려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아이들의 무상급식이 혹자는 무상이라는 용어를 이념적 색깔로 입혀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익과 정치적 우선 순위 정책의 문제라면서 경남도는 무상급식을 폐지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선별적 복지 정책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상급식 비용은 경남도 예산의 0.5%를 차지한다고 했다. 과연 설득력 있는 논리일까! 이미 스웨덴, 핀란드가 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될 때였다고 한다. 소득 2만7000달러인 한국이 가난해서, 예산이 부족해서 무상급식을 못한다면 그건 무슨 이유인가?

다른 하나는 무상급식 폐지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다 오히려 학교급식은 친환경 농산물 확대정책으로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신선하고 저렴하며 안전하게 유통되는 사회경제체계에 유익함을 준다

이른바 간접적인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일련의 사회정책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존중하며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천되는 사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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