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축제, 테마가 말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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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축제, 테마가 말하게 하자
  • 허 훈
  • 승인 2015.04.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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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논설주간/대진대교수)


전국의 산하에 봄축제가 한창이다. 겨울을 이기고 하얗고 노란 꽃이 반기는 광양매화축제, 구례산수유꽃축제가 벌써 끝이 났고, 4월5일의 식목일 전후에는 옥천의 묘목축제, 논산의 딸기축제가 열렸다. 필자도 지역연구회의 멤버들이 초청을 해준데다. 춘심까지 발동하여 모처럼 산하를 누비며 옥천과 논산의 축제현장을 찾았다.

옥천에서 잘생기고 건강한 묘목들을 구경하고, 영동의 송지호 금강길로 해서 논산의 딸기축제장까지 가는 길에는 때마침 벚꽃까지 절정에 올랐다. 이렇듯 가는 길이 즐겁긴 했어도 내가 사는 경기북부에는 왜 변변한 봄축제가 없지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경기북부에는 3, 4월에는 갈만한 봄축제가 떠오르는 게 없고, 5월에의 연천 구석기 축제, 6월의 고양선인장축제 정도인가보다. 살짝 서운하기는 했지만 축제라는 것이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뽐내려는 것 일 테니 가을축제 위주로 전개되는 지역사정을 이해 못할 것은 없다.

옥천의 묘목축제나 금산의 딸기축제 모두 지역의 특성을 살린 훌륭한 축제로 꼽히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축제의 본질을 살짝 빗나간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측면이 있었다.

아쉬움을 말하면 첫째 알리는 방법에서부터 문제가 되었다. 옥천의 묘목시장을 찾아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옥천IC를 나오면 대형입간판과 가로를 덮은 플래카드가 반겨준다. 하지만 그 뿐이다. 묘목축제장을 찾기 위해 다가갈수록 시장을 알리는 것은 거리에 초라하게 선 스탠드형 화살표(묘목축제가는길)뿐이다.

홈페이지를 찾아보아 그럭저럭 찾았으나, 이번에는 어떤 묘목을 좀 사볼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려웠다. 옥천의 130개 농가가 전국 유실수와 조경수 묘목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하여 묘목특구로 2005년 지정되고 벌써 15년차라는 축제로서는 어이없는 일이다. 아마 관광객보다는 중간상인위주로 묘목시장이 열리는 탓이겠지만 실수요자로서 또는 정원가꾸기 초보자들에게는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것은 실망스럽다.

지역의 언론이 ‘묘목축제가 대행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뉴시스 2015,4,3)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묘목축제라면 방문객들이 각종 묘목에 대해 충분히 안내받고, 또 나무를 사랑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잠재적인 고객을 늘리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포천의 개성인삼축제나 파주의 장단콩축제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축제의 테마가 실종되는 현상이다. 논산의 딸기축제는 1800여 딸기 농가가 잘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90여년 재배역사와 910여 ha 전국최대면적과 전국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논산으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딸기 축제를 키우기 위해 축제전문가를 축제팀장을 공모로 선발하기 까지 했다. 그래서 그런지 5일 동안 5개의 주제로 96개의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번 해에는 파나마, 칠레 등 8개국 주한외교사절까지 찾아와 홍보에도 기여하게 된 것이 자랑이 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너무 지나치게 행사위주로 전개된 점이었다.

연예인들의 공연과 청소년 댄스페스티벌 등 각종 이벤트가 빼곡하게 진행되어 행사장을 진동하는 소란스러움, 먹거리 및 주점 등 없는 것 없이 흥청대는 분위기 등에 혼이 쏙 빠져버리고 말았다.

다양한 행사를 하기보다, 가족 방문객과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딸기 농가를 연결해준다는 생각으로 행사를 단순화시켜야 했었다. 딸기라는 테마이외의 네일아트 등 구색맞추기 부스는 정말이지 줄여야 하는 것이다. 공연으로 말하면, 대형무대를 꾸며 전 행사장을 압도하는 기획으로 일관하지 말고, 관람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한 규모가 되어야 한다.

딸기축제장이 K-Pop 공연장은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는 딸기농가 몇 집이서 농가마당에 조그만 공연무대를 만들고 방문객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편이 훨씬 감동적이었을 게다.

이제 우리 지역에도 올해 어김없이 찾아올 의정부시 회룡문화제, 포천시 명성산억새꽃축제, 양주시 목화페스티벌 등이 이렇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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