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대한 인식: 병식(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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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대한 인식: 병식(Insight)
  • 신명기
  • 승인 2015.04.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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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신체의 일부(머리, 치아, 목, 가슴, 복부, 발 등)가 아프면 우리는 대개 누가 굳이 권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또한 몸의 기능 장애가 있을 때(기억력 장애, 시력 장애, 호흡 장애, 소화 장애, 배뇨 장애, 보행 장애 등)에도 치료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의 일부 질환에 있어서는 증상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인식하지 못하여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거나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신분열병(조현병), 망상성 장애, 조울증, 알콜의존증(알콜 중독증), 그리고 일부 성격 장애의 경우에는 병에 대한 인식(병식)이 없는 환자들이 많아 치료가 늦어지고 예후도 좋지 않게 된다.

환자가 병을 인식하는 단계를 세부적으로는 6단계로 구분하나 여기서는 알기 쉽게 3단계로 나눠보면 우선 첫째 단계로 병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결핍된 경우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음주 문제를 단순히 ‘습관’이라고 여기고 타인들도 자기와 마찬가지 아니냐며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는 알콜의존증 환자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음주 문제를 부인하고 치료를 기피하여 몸과 마음에 심각한 후유증 내지는 합병증으로 입, 퇴원을 반복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단순히 머리로만 병을 인식하고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아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이다. 이들도 충분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병의 진행이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병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진정한 인식 상태이다. 이들은 병의 원인과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고 치료에 대해 매우 순응적이며 따라서 치료가 어렵다는 심한 질환이라 하더라도 증상의 완화 및 병의 완치가 충분히 가능하고 재발의 위험성도 극히 낮게 된다.

‘가장 높은 탑도 땅에서 시작한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어떠한 질환에서도 진정한 치료의 시작은 올바르고 정확한 병에 대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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