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과 민주화 수준
상태바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과 민주화 수준
  • 권영일
  • 승인 2015.02.27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영일 신한대학교 교수


천신만고 끝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마쳤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언론관이나 부동산투기, 병역비리 등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새누리당 의원들만의 찬성으로 인준동의를 얻어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어찌되었든 새로운 총리가 취임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완구 후보자의 각종 의혹으로 새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시작도 하기 전 식어버렸다는 보도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한민국에 총리를 할 만한 사람이 이렇게 없나 싶을 정도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총리후보 낙마자는 모두 3명이나 되었고 이완구총리 역시 이 비판적 대열에서 자유롭지 않다.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되었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부동산투기 의혹과 자녀병역기피, 전관예우 등으로 물러났고, 세월호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던 정홍원총리 다음 총리후보로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지나친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비판을 넘지 못하였다.

이어 지명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극우적인 시각이나 친일사관 등으로 자진사퇴라는 고배를 마시고 물러났다. 이외에 다른 정권에서도 김태호, 장대환, 장상 등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어 세간의 구설이 된 총리후보들도 있다.

총리후보뿐만 아니라 장관후보나 대법관 후보 등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후보자들 역시 총리 후보들 못지 않게 구설수와 의혹이 많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거의 대부분의 공직후보자들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비리연루, 병역기피 등의 도덕성 검증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아 왔다.

이들뿐만 아니라, 소위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도덕성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박희태 전국회의장과 군장성, 교수들의 성추행, 재벌들의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막가파식의 의식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슈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도덕의식이 이와 같은 수준으로 일반국민들 보다 낮아졌을까 하는 것에 대해 호사가나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거의 한결 같다. ‘성급한 경제성장과 황금만능주의가 빗어낸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자정할 능력을 우리가 갖지 못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불법이든 아니든 안해 먹으면 바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는 것이다. 필자도 위의 주장에 동의 하지만 필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역시 그 과정이 매우 짧다. 이 짧은 민주화 과정 중에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우리가 놓친 것 역시 많을 것이라 사료한다. 이 중 필자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주주의 의 근간인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감은 제도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의식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우리나라의 사회지도층이라는 분들은 국민이나 상대에 대한 존중감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더 높게 갖고 있는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일반 국민들보다 높지 않은 것이 거의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들로 증명되며,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필자가 느끼는 나름의 평가와도 일치한다. ‘나만 아니면 되고, 안해 먹으면 바보라는 의식의 발로’는 인간 됨됨이의 문제고 도덕과 윤리의 근본 문제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에 대한 민주화 의식이 더욱 성장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덜 익고 모자란 민주화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는 갑질을 자랑스러워 하는 우리사회의 모순이 언제쯤 바뀌고 성숙할지 그 때를 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 기대가 참으로 막막하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