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subl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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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sublimation)
  • 신명기
  • 승인 2015.02.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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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20대 초반의 남자가 엄청난 적개심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어릴 때부터 폭음을 자주하던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정신적인 학대를 받아와 학창시절 내내 주눅 들고 불안정하여 친구도 없이 외로이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체격이 커지자 억압된 분노와 적개심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지나쳐 가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공격적이고 거친 말과 행동을 하고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의 원인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인간 취급을 안 해주기 때문이라고 남의 탓을 하는 ‘투사(projection)'라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가 작동 하였었다.

방어기제란 지그문트 프로이드(S.Freud)의 딸인 안나 프로이드(Anna Freud)가 최초로 체계화한 심리적 방어체계이다. 즉,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방어기제중 ’투사‘라는 것은 미성숙한 방어기제중 하나로 타인과의 인간관계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심하면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기 환자처럼 피해적 사고, 억압된 분노와 적개심 그리고 공격적인 행동이 많은 환자들의 치료에는 정신과적 전문 상담과 약물치료 이외에도 반드시 권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재된 공격적 적개심을 사회적으로 허용이 되는 쪽으로 푸는 운동(격투기 등)이다. 이는 ’승화(sublimation)'이라는 방어기제로 여러 가지 방어기제중 가장 건전하고 성숙된 것 중의 하나이다.

이 환자도 권투를 시작 한 후 자신도 모르게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사람들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적개심과 공격적인 태도가 줄어들게 되었다.

치료 초기에는 진료실 내에서도 도전적인 눈빛으로 위협감을 주었으나 최근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웃으면서 면담에 임하고 있다. 치료초기에는 피해적 사고로 인한 ‘투사’라는 미숙한 방어기제로 적개심을 나타내던 환자가 현재에는 ‘승화’라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안정적인 상태가 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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