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돌리게 한 바로 그 맛 ‘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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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도 돌리게 한 바로 그 맛 ‘甲질’
  • 권영일
  • 승인 2014.12.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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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신한대학교 교수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이 이슈화되어 전세계 언론의 재미있는 회자거리가 되었고, 케이블 TV 패널들의 거의 소설수준의 논평과 땅콩리턴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자니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으로써 부끄러움과 서글픔이 느껴진다.

최근 언론에서 사용하는 단골 키워드 중에 '갑(甲)질'이라는 용어가 있다. '갑질'이란, 경제적, 사회적 위계가 높은 사람 또는 단체(갑)가 권리관계에서 약자 ‘을(乙)’에게 강제하는 부당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갑(甲)과 을(乙)의 종속관계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갑질'을 개선하여야 한다는 요구와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적폐의 해소’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고 가야 할 문제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 역시 ‘갑질’에 익숙한 대다수 재벌들의 행태 중 하나이다. 사회적 신분이 구별되어 있다는 재벌가의 자만심이 겉으로 들어난 일들 중 하나이다.

모든 것을 제왕적 수준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행태는 대한민국이 가장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이라고 비판하고 비하하는 북한식 통치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명령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집단구조, 돈이 곧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그들 대다수의 생각은 심지어 사람의 기본 권리와 존엄성마저 훼손한다.

필자는 동료교수들과 “대한민국이 과연 정의로운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이클 샐던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 참 동안 방송과 언론에서 이야기되던 시절이다. 결론은 대한민국의 아직 정의가 바로 서지 않은 나라 또는 바로 설려면 아직도 먼 나라라는 것이 이야기를 나눈 교수들의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독재적 정치권력의 타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며 정치제도를 민주적으로 발전시켜 왔지만, 지금은 경제권력이 민주적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재벌들이 자식들에게 ‘갑질’을 증여하기 위해 연출하는 기막힌 비윤리적이고 탈법적 방법은 아무리 언론의 포화와 사회의 비판을 받아도 끄떡하지 않는다.

법의 엄격한 잣대도 그들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려하는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행태가 재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곳곳에 일반화 있다는 것이다. 어제는 ‘을’이었지만 오늘은 ‘갑질’을 하는 두 얼굴의 모습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갑질’의 악순환 구조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이다.

땅콩 리턴식 재벌의 ‘갑’질 행태도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사회 전반의 왜곡된 '갑을(甲乙) 문화'를 바로 잡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사회 과제이다.

이에 대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갑을’ 문화의 바른 정착을
위한 사회전반의 노력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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